[수습기자가 간다-VR속으로] 국내 첫 VR 체험방을 가다

입력 2016-07-25 14:23수정 2016-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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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내리쬐던 22일 오후 1시. 살이 타는 듯한 불볕더위 속 강남 한복판, 방금 OO버거 오픈 현장 취재를 마친 참이었다. 시원한 콜라 한 잔을 들이키며 이제 한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수습기자에게는 쉴 시간이란 사치였나 보다.

“네가 ‘겜덕후’라며? 오늘 넌 VR 체험을 하고 오렴. 바로 준비해.”

그래도 취재대상이 게임인 것은 행복했다. 그래도 내가 ‘포켓몬 고’를 취재하러 속초까지 다녀온 기자 아닌가. 강남역 바로 옆에 VR(가상현실) 체험 존이 있다는데, 강남까지 와서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국내 유일의 VR 체험방, ‘VR 플러스’ 강남점의 문을 두드렸다.

▲22일 오픈한 ‘VR 플러스’. 강남역 인근에 위치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김정웅 기자 cogito@)

◇ VR Plus Cafe= 강남에 오픈한 ‘VR플러스 쇼룸’은 카페와 VR 체험방이 결합된 공간이었다. 입구 쪽에 마련된 카페 공간에서는 2000원 안팎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를 즐길 수 있고, 매장 안쪽에서는 각종 VR기기들을 즐겨볼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VR플러스 쇼룸’은 카페와 VR 체험방이 결합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김정웅 기자 cogito@)

VR 체험용 기기는 다양했다. 대만 HTC의 ‘바이브(VIVE)’, 미국 오큘러스의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Lift)’, 삼성전자 ‘삼성 기어VR’, LG전자 ‘LG 360VR’가 그것이었다.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만으로 구성된 ‘삼성 기어VR’와 ‘LG 360VR’ 10여 대가 매장 한 편에 준비되어 있었으며, 기기 특성상 VR영상을 시청하는 체험만이 제공됐다.

VR영상도 충분히 매력적인 콘텐츠지만, VR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는 콘텐츠는 누가 뭐래도 VR게임이다.

◇재미있긴 하지만, 비슷한 게임이 많아= 먼저 ‘바이브’의 VR게임 중 하나를 체험해봤다. ‘바이브’ 체험방에 들어서자 방 크기와 비슷한 3평(약 10m²) 남짓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입장하면 매니저가 HMD와 이어폰의 착용을 도와주고 컨트롤러의 작동 방법을 설명해준다. PC 기반으로 작동하는 ‘바이브’는 케이블을 통해 VR HMD와 연결된다. 때문에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격렬한 움직임을 보였다간 케이블이 손상될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체험시간 동안 매니저는 체험자의 옆에서 HMD를 잡아주고 있었다.

▲기기의 손상이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체험시간 내내 매니저가 곁에서 도움을 준다. (김정웅 기자 cogio@)

체험한 게임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슈팅 게임이었다. 게이머를 향해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고, 손에 든 컨트롤러로 총을 발사해 우주선을 격추시키는 간단한 게임이었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실제 구현된 가상현실 환경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화려한 도심의 불빛은 물론 우주선과 무기들의 현란한 광원 효과까지 꽤나 세밀하고 실감나게 구현되어 있었다. 넋을 놓고 체험을 하던 선배 기자는, 본 기자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정웅아. 이거 진짜 같아. 재밌긴 진짜 재밌다!”

▲플레이중인 게임 영상은 왼쪽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도 재생되어 관람객들이 볼 수 있다. (김정웅 기자 cogito@)

다음은 본 기자의 차례. ‘레이싱 어트랙션’ 게임을 체험해보았다. 해당 콘텐츠를 ‘게임’이 아니라 굳이 ‘어트랙션(놀이기구)’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게임 전용으로 제작된 좌석은 게임 내 차량의 움직임에 맞추어 의자가 전후좌우로 움직여, 말 그대로 어트랙션에 가까웠다. 커브를 돌면 좌석이 한 쪽으로 기울어졌고, 도로를 벗어나 비포장 길을 달릴 때는 앉은 좌석과 잡고 있는 핸들에 강한 진동이 전해졌다. 게임 내 차량의 주행속도에 맞추어 조절되는 바람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4DX 영화관 그 이상의 수준이랄까. 기존 레이싱 게임의 차이는 확연했다.

아쉬운 점은 콘텐츠의 다양성이다. VR 플러스에 마련된 콘텐츠는 대체로 슈팅과 레이싱 게임에 국한되어 있었다. 활을 쏘는 어드벤처 게임이나 롤러코스터를 타보는 시뮬레이션 형태의 게임도 있었지만, 결국은 두 장르의 변형이었다.

‘VR 플러스’ 측은 “RPG, 어드벤처, 보드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는 슈팅과 레이싱 위주로 제공하고 있다. VR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게임이 바로 이들 장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법한 ‘성인 콘텐츠’ 제공 계획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보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볼링 한게임 치는 정도 가격이면 OK= 능숙하게 레이싱 게임을 즐기고 있던 한 이용객에게 말을 걸자, 그는 집에 ‘바이브’를 구비하고 있는 VR 마니아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집이라는 공간 특성상 VR 게임을 즐길 때 움직임이 제한되는 것이 불편해 ‘VR 플러스’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VR 게임을 즐기고 있는 한 게이머. 그는 집에도 VR 기기를 구비하고 있는 VR 마니아다. (김정웅 기자 cogito@)

그는 특히 VR 레이싱 게임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집에서는 눈에 비춰지는 영상과 몸의 움직임이 일치하지 않아 VR 레이싱 게임을 하면 쉽게 멀미가 나지만, ‘VR 플러스’의 레이싱 어트랙션은 의자가 영상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멀미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후 유료 서비스로 전환되더라도 다시 재방문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한 시간에 만 원 안팎? 볼링 치러가는 정도 요금이면 다시 올 것 같은데요?”

▲게임 체험 결과 이투데이 기자들은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뒀다. (김정웅 기자 cogito@)

게임방 사업의 역사는 전자기기 기술의 발전과 맥을 같이 했다. 오락실, PC방, 플스방(플레이스테이션) 등의 명칭이 바로 그 계보다. 그 중 ‘오락실’은 아케이드 게임의 퇴조와 함께 사라져가고 있으며, ‘플스방’ 시장은 특정 축구 게임이라는 단일 콘텐츠에 지나치게 편중된 약점을 안고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그래서 현재 게임방 사업의 유일한 생존 모델은 ‘PC방’ 뿐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닌텐도의 게임기 ‘닌텐도 Wii'의 등장으로 ’Wii방’이 생기기도 했지만, 미적지근한 시장 반응으로 현재는 그 명맥이 끊어졌다. 이는 신기술을 적용한 콘텐츠라도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상징적 사례다. 그만큼 게임 시장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VR방’을 아직 게임방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현재 무료 VR 체험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VR방’이 과거 게임방들의 계보를 이어, 5번째의 새로운 게임방 사업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PC방’처럼 장기적인 사업 모델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Wii방’처럼 곧 사라질지는 이제 막 시작한 VR 콘텐츠의 잠재력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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