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원자재 가격도 안정 찾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찬반을 묻는 지난달 말 국민투표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브렉시트로 결정이 나버렸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난 지난달 24일(현지시간)을 포함해 불과 2거래일 동안 전 세계 증시에서 약 3조 달러(약 3411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채권 금리가 급락해 이달 초까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금과 엔화 가치도 고공 행진을 벌였다.
심지어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달 24일 장중 한때 99엔 선까지 치솟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엔저를 유도해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4년간 펼쳐왔는데 그 성과가 불과 4시간 만에 무너진 것이다. 이에 리먼브러더스 붕괴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졌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브렉시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장은 극적으로 반전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브렉시트 파급 영향을 지켜보기 위해 상당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일본은행(BOJ)은 28~2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새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존 정책기조를 유지했으나 8월 추가 부양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지난 20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지수도 22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으며 나스닥지수는 5100선을 넘으며 연중 최고치를 세웠다.
지난 5월 극도로 부진했던 고용시장이 다시 호전되는 등 경제지표가 안정을 찾으면서 미국 경제가 브렉시트 충격에도 견실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도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살아나게 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도 안정을 찾았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지난주 3.8% 떨어져 배럴당 배럴당 44.19달러로 한 주를 마쳤으나 여전히 45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아연 가격은 지난 21일 t당 2272.50달러로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니켓은 t당 1만745달러로 8개월 만의 최고치를 각각 찍었다.
반면 안전자산인 국채와 금, 엔화에 대한 수요는 다소 줄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1일 장중 1.63%로, 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앞서 이달 초 1.32%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나서 반등한 것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8월물 가격은 22일 전일보다 0.6% 떨어진 온스당 1323.40달러에 마감했다. 엔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지난 2주간 약 5.6% 떨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 브렉시트 투표 이후 한달, 터키 쿠데타 실패 이후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지만 신흥국 금융시장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신흥국 자산이 안전자산은 아니지만 선진국 시장에 대한 불안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체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