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 대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호실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재계는 롯데그룹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롯데케미칼이 이번 수사로 성장에 차질을 빚는건 아닌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5% 증가한 6939억 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고 2일 밝혔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함과 동시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조6111억 원)의 72.4%에 달하는 이익을 창출했다.
영업이익 신기록의 배경에는 원료가격의 안정화와 에틸렌 수요 우위 상황이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하반기 중 여수 C5 프로젝트와 대산 콘덴세이트 스플리터 프로젝트에 각각 1400억 원, 1920억 원을 투자해 수익성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의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순이익은 8703억 원으로 그룹 전체 순이익의 절반 이상(51.4%)을 책임졌다. 롯데 계열사 중 가장 ‘알짜배기’인 롯데케미칼은 1990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상무로 취임하며 첫 한국 롯데 생활을 시작한 곳이자 각별한 애정을 가진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8월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첫 주총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다음 날의 첫 외부 공식 일정도 충남 서산에 있는 롯데케미칼과 현대케미칼의 대산공장이었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와중에도 삼성SDI 케미칼 부문 등 삼성의 화학사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등 화학 분야를 그룹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르길 프로젝트에 국내 업계 최초로 석유화학 기술을 수출,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공장을 건설해 직접 현장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의 대박 행진이 업황 둔화와 유가변동, 장기화된 롯데 수사로 쾌속질주를 계속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롯데그룹의 경영과 투자는 올 스톱 상태로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계획수립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과 해외 리조트 인수, 에탄크래커 합작사업을 위해 계획했던 미국 석유화학 액시올 인수가 모두 불발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액시올 인수에 성공했다면 매출증가는 물론 글로벌 석유화학소재기업으로서의 큰 도약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롯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롯데케미칼이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와 사업 확장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