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기술수출 신약 엎어질라’..맘 졸이는 제약사들

입력 2016-08-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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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수출업체들, 제휴업체 임상 악재에 전전긍긍..협의없이 일방적 개발중단 부지기수

지난달 27일 동아에스티 해외사업 담당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약 수출 제휴 업체가 진행한 임상시험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뉴스가 나오면서다. 동아에스티가 수출한 신약의 상업화 절차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당시 주가도 휘청이며 투자자들에 혼선이 빚어졌다.

제약사들이 기술 수출한 신약의 후속 개발 소식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최근 잇따라 신약 성과를 내고 있지만 상당수 수출 신약은 해외 파트너가 독자적으로 개발과 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탓에 현지 개발 과정에 대해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제약기업 토비라는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 신물질 세니크리비록(cenicriviroc)의 임상2b상에서 2개의 평가지표 주 1개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지방간을 악화시키지 않고 간섬유화를 개선했다는 점은 입증했지만, 비알콜성지방간염 증상 개선 감소에서는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토비라는 동아에스티가 최근 당뇨치료제 ‘슈가논’을 기술 수출한 업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4월 토비라와 총 6150만달러 규모의 슈가논 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당뇨치료제가 아닌 NASH 치료제 용도로 슈가논의 상업화를 시도하는 조건이다.

토비라는 현재 개발 중인 세니크리비록과 슈가논을 결합한 복합제를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동아에스티로부터 기술을 넘겨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세니크리비록의 임상시험의 일부 결과가 불만족스럽게 나오자 슈가논의 기술 수출 효과도 물거품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슈가논을 활용한 복합제 개발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벌써부터 실패 여부를 논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토비라는 세니크리비록의 임상3상시험과 ‘세니크리비록+슈가논’ 복합제의 임상1상시험은 계획대로 진행키로 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토비라의 임상시험 결과와 무관하게 슈가논의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개발은 차질없이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강수형 동아에스티 사장(왼쪽)이 지난 4월 로렌트 피셔 토비라 사장과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뒤 악수하고 있다.

종근당은 최근 갑작스럽게 기술수출한 비만치료제의 개발이 중단됐다는 비보를 접했다. 지난달 미국 제약사 자프겐은 최근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벨로라닙’의 임상시험을 중단하고 새로운 물질의 개발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는데 벨로라닙은 종근당으로부터 기술이전받은 물질이다

종근당은 지난 2009년 자체 개발한 벨로라닙을 자프겐에 기술 수출했다. 자프겐은 벨로라닙을 희귀질환 ‘프래더윌리증후군’, ‘고도비만치료제’, ‘시상하부 손상으로 인한 비만’ 등 3가지 치료제로 개발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프래더윌리증후군 임상시험에서 2명이 사망하면서 임상시험이 잠정 중지됐다. 유전성 비만 질환인 ‘프래더윌리증후군’은 특정 유전자의 기능 이상으로 지속적인 공복감을 유발하고 적은 칼로리에도 체중이 늘어나 과도한 비만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희귀질환이다.

당초 종근당 측은 최악의 경우 벨로라닙의 프래더윌리증후군 치료제 개발만 중단되고 시장성이 큰 고도비만치료제 등 나머지 용도로의 개발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래더윌리증후군이 고위험군 질병일 뿐더러 임상시험 도중 사망한 환자와 벨로라닙과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프겐이 벨로라닙의 임상시험을 모두 중단키로 갑작스럽게 결정하면서 종근당 측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자프겐은 종근당에 임상중단 결정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종근당은 현재 대응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약 기술을 이전하면 해외 파트너가 개발을 전담하는 특성상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다. 제약사들은 신약 기술을 이전한 이후에는 해외 파트너의 개발 진행과정 통제할 수 없어 갑작스러운 개발 중단과 같은 악재를 사전에 예측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해외 판매망도 뚫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제약사가 직접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실제로 그동안 국내업체가 개발한 신약이 기술 수출 이후 해외 개발 과정에서 개발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업화가 무산된 사례가 많다.

국산신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를 받은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는 제휴 파트너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임상데이터를 문제삼고 개발을 중단하면서 해외 진출에 차질이 빚어진적도 있다.

동화약품은 2007년 미국 P&G와 총 5억달러 규모의 골다공증치료제 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2009년 P&G사의 전문의약품 사업부가 워너칠콧사에 인수된 후 워너칠곳 측에서 해당 제품의 개발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수출계약이 백지화됐다.

부광약품은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를 미국에 수출했지만 제휴 업체인 파마셋이 레보비르의 임상3상 진행 과정에서 근육병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이유로 돌연 임상을 중단했다.

일양약품은 지난 2008년 소화성궤양치료제 ‘놀텍’의 미국 임상을 주도하던 탭(TAP)사가 임상3상 진입단계에서 포기를 선언하면서 미국 진출이 무산됐다. 당시 TAP사를 인수한 다케다가 ‘놀텍’의 경쟁약물을 보유하고 있어 놀텍을 개발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제휴 파트너의 일방적인 개발 계획 변경을 차단하기 위해 계약할 때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글로벌제약사와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고 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해외 파트너와 항상 동업자 관계를 유지하며 개발이 잘 진행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는 유사한 과제를 동시에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기술이전 금액과 무관하게 신속하게 개발을 포기하기도 한다”면서 “기술 수출 파트너를 선정할 때 후속 개발과 판매에 대한 의지가 강력한 업체를 고르는 노하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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