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전 비화에 직원들 동요 심해… 오리온 측 “황당한 주장일 뿐”
오리온그룹이 또 다시 ‘오너 리스크’에 휩싸였다. 담철곤 회장이 2011년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대한민국 대표 제과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등 수년간 ‘오너 리스크’를 겪어온 오리온그룹이 최근 담 회장에 대한 전(前) 가신들의 잇따른 폭로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담 회장이 자신의 죄를 감추려고 위증을 교사했다는 주장까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오리온에서 수십년간 일하면서 담 회장의 범죄에도 깊이 관여한 인사 등은 담 회장의 사면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진성서까지 제출하는 등 총공세에 나서 임직원들의 동요도 큰 상황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그룹은 최근 전직 임원들의 담 회장의 사면반대 진정서와 전(前) 사장으로부터 200억 원 규모의 민사소송 등과 관련해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대책을 논의중이다. 그룹 측은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전 가신들의 폭로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1981년 동양제과에 입사해 오리온스 프로농구단 사장과 스포츠토토온라인 사장 등을 역임한 심용섭 씨는 전직 오리온그룹 고위 임원 2명과 함께 지난 2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사면 결사반대’라는 제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담 회장 부부가 임직원의 급여를 빌려 고급시계, 고급와인, 보석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고 지금까지 갚지 않고 있다"며 "회사 자산을 매각하면서 개인적으로 뒷돈을 챙기는 등 노출되지 않은 범죄행위가 아직도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8월 중 담 회장을 개인비리와 횡령, 배임, 탈세, 위증교사 등으로 민사 및 형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담 회장의 터무니없는 고액 연봉 및 고배당, 비자금 조성 등을 고려할 때 사면을 해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은 지난해에도 당기순이익(154억원)보다 두 배 넘는 배당금 315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앞서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은 지난달 담 회장 부부의 오리온 주식가치 상승분 중 10%를 받기로 구두 약속을 받았다면서 담 회장 부부를 상대로 200억 원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심 전 사장을 비롯해 진정서에 서명한 이들도 담 회장 또는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급여나 퇴직금 지급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오리온그룹은 이와 관련해 “앙심을 품고 일을 벌이는 것 같은데, 임직원 급여를 담 회장이 고급시계 등을 사는 데 썼다는 진정서 내용은 100%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이 모두 잘못됐다는 황당한 주장일 뿐이며, 회사가 배임행위 책임을 물어 소송을 내자 이에 맞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오리온그룹이 여전히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근에 동반성장지수 최하등급을 받은 점 등 오리온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133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30일 발표한 ‘2015 동반성장지수’에서 오리온은 한국야쿠르트, 홈플러스 등 21개 기업과 함께 꼴찌를 기록했다.
담 회장은 2011년 6월 위장계열사 ‘아이팩’ 임원에게 월급이나 퇴직금을 준 것처럼 꾸미는 등의 수법으로 30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그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이후 담 회장과 함께 구속됐다가 함께 집행유예로 나온 최측근인 ‘금고지기’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은 오리온 계열사였던 스포츠토토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2012년 또다시 구속되기도 했다. 스포츠토토 횡령 자금을 담 회장이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은 조 전 사장 등만 기소했고 조 전 사장은 2년6월의 실형을 살고 2014년 말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