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진출 호재로 급등했던 엔터주, 사드 악재로 주가 폭락
한미 공동 실무단의 한반도 사드(THAAD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비공식적 정책 대응이 시작되면서 중국 시장에서 모멘텀을 형성한 엔터상장사들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부정적인 정책대응이 시작되면서 중국 인바운드 대표주는 지난 한 달 동안 평균 18.2%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고, 전체 관련 종목의 시가총액은 약 11조2000억 원이 사라졌다. 특히, 광전총국의 한류콘텐츠 배제설 등 중국 정부의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중국시장을 대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엔터주, 줄줄이 신저가 행진…시총 폭락 = 코스닥 시장에서는 오락, 문화업종에 대한 기관의 매도공세가 이어지면서 1년 기준 신저가 행진이 이어졌다. 에스엠(SM)의 주가는 5일 2만8150원으로 3만6150원에 거래를 마친 지난달 4일 대비 22.13% 급락했다. 동사는 이날 장중 한때 전일 대비 4.48% 하락한 2만7750원까지 주가가 하락하면서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YG)도 3만2250원의 종가로 한 달 새 18.86%의 주가 하락률을 보였으며 전 거래일 대비 4.59% 하락한 3만2250원에 거래를 마치며 1년 내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에프엔씨엔터(1만400원), 키이스트(2760원) 등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락, 문화업종의 전체 시가총액은 한 달 만에 6337억 원(8.93%)이 증발했다. 7월 첫째 주 7조 원이 넘었던 시가총액은 8월 첫째 주 6조4553억 원으로 감소했다.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로 중국발 성장 모멘텀이 언급된 삼화네트웍스가 37.50% 감소하면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같은 기간 이매진아시아(-29.69%), 에스엠(-19.64%), JYP엔터(-18.79%), 판타지오(-18.41%), 에프엔씨엔터(-13.46%) 등도 두자릿수 이상의 시총 하락률을 기록했다.
◇“기존 한류스타에 대한 수요 여전해” = 이처럼 엔터주들이 폭락한 데는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계속된 중국의 보복설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함부로 애틋하게’ 주연 배우 김우빈, 수지의 현지 팬미팅이 연기됐으며, 스누퍼, 와썹 등 신인 아티스트들의 예정된 스케줄이 취소되기도 하면서 주가 하락이 가속화 됐다. 전문가들은 사드 후폭풍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당국이 공식적인 한류산업 규제에 나서진 않겠지만, 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비공식적인 ‘눈치 보기’가 진행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최용재 흥국증권 연구원은 “제조업 등이 한중FTA 등 법적인 절차에 얽혀 규제가 쉽지 않은 반면, 문화콘텐츠는 출연 금지 조치 등 얼마든지 제재할 수 있다”며 “과거 일본 아베 정부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항의해 지상파 한류 홍보 채널을 전면 금지한 것이 비슷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대응은 자본시장 발전에 불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더욱이 정부와 정부 간 정책 대립이 가져올 증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내 여론이 한류에 부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있지만 최근 중국 내에서의 드라마 제작 취소, 연기 등은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외국 콘텐츠 규제'에 기인하는 것인 만큼 모든 것을 사드 배치 때문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기존 한류스타들에 대한 니즈(needs)는 여전히 유효하며 예정된 스케줄의 갑작스런 변경은 현지 사업파트너사의 손해로도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제재할 수 없다”며 “불이익을 받는 것은 한류스타가 아닌 신인 아티스트들의 프로모션 및 소규모 팬미팅에 국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차이나 리서치팀은 “최근 부상하는 사드배치 후폭풍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궁극적으로 한국의 지역, 상품, 문화콘텐츠에 대한 경쟁력이 중요하다. 중국 소비자가 ‘익숙한 소비’와의 단절을 오랜 기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고 대체상품과 대안시장 또한 찾아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