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증권사들이 집중적으로 판매한 원유 DLS(파생결합증권)가 올해 상반기에만 3000억 원이 넘는 원금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원유 DLS에서 확정된 손실은 3178억 원으로 집계됐다. 민간 금융정보업체들이 추산한 내용으로 간간이 보도됐던 올해 원유 DLS 손실액이 금융당국의 공식 집계치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유 DLS는 국제유가의 등락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가입 기간에 원유가격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은행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기도 하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이 같은 고위험 상품을 일반투자자들에게 대량으로 판매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원유 DLS 발행잔액은 1조498억 원이다. 반면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원유 가격은 지난 2월11일 26.21달러까지 추락했다. 현재는 낙폭을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손익 기준가격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원유 DLS 관련 투자자 민원도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DLS와 관련해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소비자 민원은 45건으로 작년 한 해 민원 건수(46건)에 육박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증권사 창구 직원들이 DLS의 이익과 손실 구조에 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웬만하면 손실이 나지 않는 안정적인 상품’이라면서 가입을 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투자 경험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원유 DLS 같은 고위험 파생상품을 우리나라처럼 대량으로 판매한 데는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단일 금융상품에서 수천억 원의 손해가 발생한 사태인 만큼 금감원이 불완전 판매 여부에 관한 전면적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