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이 폭염 속 통학버스에 8시간 방치된 채 발견돼 충격을 준 가운데 최근에는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두 살배기 아이가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이 또 다시 어린 생명을 앗아간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관리를 강화한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을 시행했음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어른들의 부주의와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3월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아이가 치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안전기준을 강화해 만든 ‘세림이법’ 시행 이후에도 통학 차량 사고는 2013년 220건, 2014년 248건, 2015년 288건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림이법 시행 이후 통학 차량 사고 추이는 어떻게 변화했고, 제2·제3의 통학 차량 사고 예방을 위해 당국은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29일 오후 4시 42분께 광주 광산구의 모 유치원 25인승 통학버스 뒷자석에서 A(4)군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운전기사 임모(51) 씨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A군은 열사병 증세를 보여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3주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군과 원생들을 태운 버스가 오전 9시 10분께 유치원에 도착했지만 인솔교사와 운전기사는 다른 원생 8명만 하차시킨 뒤 A군이 차량에 남겨진 것을 확인하지 못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인솔교사 정모 씨와 운전기사 임 씨 등에 대해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교육부는 해당 유치원에 대해 폐원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4살 유치원생 통학차량 방치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여수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등원하던 2세 어린이가 어린이집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오전 9시 15분경 전남 여수시에 소재한 한 어린이집에서는 원장 송모(57·여) 씨가 몰던 12인승 승합차가 주차장에 도착한 후 후진을 하다, 2세 어린이를 쳤다. 이후 송 씨는 머리를 다친 아이를 업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지만 아이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는 유치원생이 폭염 속 통학버스에 8시간 방치된 사고가 일어나 교육당국이 대책을 발표한 지 불과 8일 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이 어린이 통학 차량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책을 쏟아내지만, 사고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정부는 지난 2013년 충북 청주에서 당시 3살이던 김세림 양이 통학 차량에 치여 숨지면서 어린이 통학 차량의 안전 의무를 대폭 강화한 ‘세림이법’을 지난해 1월부터 본격 시행했다.
그럼에도, 어린이 통학 차량 교통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실제로 통학 차량 사고는 2013년 220건, 2014년 248건, 2015년 288건으로 3년 새 무려 3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다. 어린이 통학 차량이 법규를 위반해 경찰에 단속된 건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1만3256건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15년 전체 2329건과 비교할 때 5.7배 늘어난 것이다.
단속 건수는 어린이 안전띠 미착용이 가장 많았고, 승하차 시 점멸등 작동과 어린이 승하차 완료 확인 등 운전자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1078건(8.1%), 동승 보호자 미탑승, 미신고 운행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허억 가천대 교수(어린이안전학교 대표)는 “통학 차량의 안전 의무를 대폭 강화한 ‘세림이법’이 개정·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시설 운영자나 운전자의 교육을 늘리고, 처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