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디폴트 규모, 지난해 전체의 2배 달해
중국에서 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 경제 효율을 저하하는 좀비 기업 정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다즈후이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중국 기업의 디폴트는 42건, 총 250억 위안(약 4조2052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21건, 129억 위안)의 2배 수준이다. 광산과 철강 등 설비 과잉 문제를 안는 업종에서 디폴트가 많았다.
특히 디폴트를 냈음에도 지역 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표면화되는 것을 우려해 사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다롄 소재 국영 철강 대기업 둥베이특수강은 경기둔화에 경영이 악화해 올 들어 7차례, 총 48억 위안의 채권에 대해 디폴트를 일으켰다. 여전히 대주주인 랴오닝성 정부의 의향에 따라 둥베이특수강은 파산을 면했다. 랴오닝성은 지난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직원 수가 수만 명에 이르는 둥베이특수강이 무너지면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다른 업체가 부족하다. 실업자가 넘치면 지방정부의 과오로 남는다. 또 파산을 처리하는 데 따른 재정부담이 무거워서 좀비 기업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중국은 디폴트를 일으켜도 지방정부의 의향을 바탕으로 국영은행이 거래를 계속하는 사례가 많다. 은행들은 지방정부가 최종적으로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로 좀비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이런 경제체제는 도덕적 해이를 만연하게 한다.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아 좀비 기업을 정리하고 과잉생산 문제를 완화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은행 대출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이 원금과 이자 지불 부담을 덜고 생산설비 폐기 등 구조조정을 좀 더 수월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중국은 1990년대 말 국영은행 부실 문제가 터지자 정부가 출자한 배드뱅크를 만들어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떼낼 수 있게 했다. 이번에는 지방정부를 주체로 비슷한 시스템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다만 중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채무를 줄여도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의 경영상황이 곧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좀비 기업의 생명을 연장해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