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25일 옥시 래킷벤키저 영국본사와 영국정부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지적했다.
특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 마련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항의 농성장을 찾아 피해자 가족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국회를 찾았다.
우원식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4일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가 보낸 편지에 따르면 특위의 방문에 언론 비공개를 요청했는데 이는 영국정부의 요청사항이라고 밝히고 있다”면서 “특위의 옥시 영국본사 방문에 영국정부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만약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은 국적을 떠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러한 국회의 활동이 영국정부에 의해 가로막힌 것이라면 매우 유감스러운 사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나라의 기업이 영국에서 만들어 판매한 제품 때문에 영국 국민이 피해를 봤다면 영국정부는 어떻게 했겠냐”며 “자국의 기업이라고 보호할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위는 옥시 한국지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두 차례 진행했고, 그 결과 영국 본사 책임자의 청문회 출석을 통한 진상규명이 불가피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레킷벤키저 본사는 진실규명에 협조하겠다면 청문회를 피할 이유가 없다”면서 “아직 청문회까지 시간이 남았다”며 책임자의 출석을 요구했다.
당초 특위는 23일 레킷벤키저의 라케시 카푸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본사의 개입 여부와 독성 실험결과 은폐 의혹 등을 묻고자 했지만 레킷벤키저 측에서 면담을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요청하면서 취소됐다. 레킷벤키저 측은 공개 사과마저도 거부했다.
이에 특위는 그린피스 등 국제 비정부기구(NGO)에도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남의 공개 형식 등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관계로,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의 영국 방문은 청문회 이후에 추진키로 연기한 상태”라며 “그간 협의를 위해 래킷벤키저 사가 특위에 보내온 서신 중에는 아래와 같이 ‘영국 정부의 지침’을 언급한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래킷벤키저 사가 특위에 보내온 서신 중 ‘영국 정부의 지침’을 언급한 대목을 공개했다.
“래킷벤키저 본사는 열과 성을 다하여 상호간의 성공적이고 유익한 이번 모임이 성사되도록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래킷벤키저 본사는 ‘영국 정부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 다음 사항에 관해 국회 가습기특별위원회와의 사전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우리는 국회 가습기특별위원회가 영국 정부의 지침과 의전을 잘 이해해주시기를 정중히 요청드리며, 이러한 내용은 중요한 이번 모임의 성사를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하태경 의원실이 22일 주한영국대사관에 공문을 보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래킷벤키저 사에 어떤 지침도 전달한 바가 없다.
이와 관련, 하 의원은 “만일 래킷벤키저 사가 있지도 않은 ‘영국 정부의 지침’을 이유로 특위와의 만남을 거부한 것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영국 정부에게 이 사안의 진상을 명확하게 밝혀주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