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총 539억 원 규모 KT ENS 담보대출 소송 2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승소했다.
허위 매출채권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이 은행이 아닌 보증기관(증권사)에 있다는 판례를 남겼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8일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증권을 상대로 진행된 KT ENS 담보대출 지급보증금 청구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양 증권사는 2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지난 19일 하나은행에 각각 371억 원(한투), 168억 원(신한금투)을 상환했다.
앞서 2014년 5월 말 하나은행은 KT의 소규모 자회사인 KT ENS의 협력업체에 1600억 원이 넘는 돈을 빌려줬다가 사기를 당했다.
하나은행은 이 중 약 400억 원 규모 매출채권 담보대출(ABL)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 대신 돈을 갚으라고 통보했다. 매출채권이란 중소기업이 부품을 납품했을 때 대기업이 나중에 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 발행하는 일종의 채권이다.
이 과정에서 대출 담보였던 매출채권 자체가 허위로 만들어진 가짜로 드러났다.
KT ENS의 고위 간부는 협력업체들과 짜고 세금계산서 등을 조작해 허위 매출채권을 발행했고 협력업체들은 이 가짜 채권을 담보로 하나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던 것이다.
양 증권사는 애초에 매출채권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에 지급보증에 대한 책임도 없으며 담보가 실재하는지를 확인해야 할 책임도 은행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있었던 1심에서 법원은 양 증권사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은행이 대출을 실행할 때 담보로 잡은 매출채권을 철저히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에선 매출채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보증인(양 증권사)의 지급보증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있다는 이유로 다시 하나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일단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면 원금에 대한 이자는 연 20% 수준으로 올라간다.
양 증권사는 일단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9일 지급보증금을 반환하긴 했지만 조만간 대법원에 항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