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자사가 만든 유해화학물질 PHMG가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국회 가습기피해국정조사특별위원회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금천구)은 29일 “SK케미칼이 진작부터 PHMG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고 있었는지 알았다는 정황을 다각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CDI는 SK케미칼로부터 스카이바이오1125(PHMG)를 공급받아 옥시와 한빛화학에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공급해온 업체다. CDI의 대표이사 이 모씨는 1988년부터 1996년 8월 14일 까지 SK케미칼에서 근무하면서 스카이바이오팀 마케팅과장으로 있다가 퇴직해 CDI를 차렸다.
CDI 등기이사이자 상무로 일하는 최 모씨는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팀 과장 등으로 일하다가 2007년 CDI에 입사해 연구개발을 맡고 있다. 최 상무는 CDI의 지분 15%도 소유하고 있다.
최 상무는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팀 재직 시 2002년 살균제 조성물 및 이를 이용한 살균방법에 대한 SK케미칼 특허출원의 발명을 하는 등 살균제품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CDI의 이 모 영업이사는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팀 과장으로 근무하다 CDI에 입사해 영업을 책임지고 있다.
이 의원은 “결국 CDI는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팀의 주요 일원이 죄다 모여 회사를 운영하면서 옥시 등에 SK케미칼이 만든 독성물질 PHMG를 공급해온 것”이라며 “회사대표 이씨의 최근 페이스북 친구를 살펴봐도 SK케미칼 현 직원들이 포진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K케미칼 출신들이 운영하는 CDI가 SK케미칼로부터 화학물질을 공급받아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들에게 이를 판매해 왔는데 정작 SK케미칼은 자신들이 공급한 PHMG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해명을 어느 국민이 믿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SK케미칼이 2005년 12월 29일에 출원한 특허는 PHMG와 MIT를 혼합해 살균제 조성물을 만들면 탁월한 살균효과를 가져온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두 물질은 이미 시장에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되고 있던 상황이다.
SK케미칼은 이 특허 출원에서 PHMG와 MIT를 1대 4로 섞으면 황색포도상구균을 없애는 데 최적의 효과를 보이고, PHMG와 MIT를 15대 1로 섞으면 폐렴간균의 살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발명의 효과로 소독용품 및 화장용품, 각종세균 및 곰팡이가 증식하는 수처리 장치내부에 바람직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처럼 PHMG가 가습기 살균제의 주원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2011년도에서야 알았다는 SK케미칼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며 “특허에서 페렴간균에 대한 살균 효과 분석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의 단초가 될 수 도 있고, 이런 연구를 이용해 화학물질 유통 및 마케팅에 적극 사용됐을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 국민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원흉으로 SK케미칼을 지목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는 검찰의 눈치만 보며, 상황을 모면할 생각만 하고 있다”며 “검찰의 보다 철저한 수사가 빠른 시일 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