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25년 동안 집권한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의 장례식이 3일(현지시간) 거행됐다. 오랜 기간 막강한 권력을 유지했던 카리모프의 타계로 우즈베키스탄의 권력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카리모프 대통령의 시신은 특별기를 통해 타슈켄트에서 고인의 고향인 사마르칸트로 이송됐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뇌출혈로 쓰러져 수도 타슈켄트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2일 78세로 별세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3일간 국장을 선포하고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된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총리를 장례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우즈벡 정부 공보실은 17개국 조문단이 카리모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과거 카리모프 대통령의 독재를 비판해온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을 통해 “카리모프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 우즈벡 국민에 대한 지지를 확인한다”는 짤막한 성명만 발표했다.
지난 1938년 사마르칸트에서 태어나 보육원에서 자란 카리모프 대통령은 1989년 우즈벡 공산당 제1서기에 올랐다. 그는 소련 붕괴 이후 1991년 직선제로 치른 대선에서 독립 우즈베키스탄의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으며 이후 25년 넘게 권좌를 지켜왔다.
그는 야권 인사와 언론인을 탄압하거나 투옥하고 야당의 정치활동을 사실상 차단하는 등 독재를 일삼아 왔다는 서방의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자국 내에선 느리지만 꾸준한 경제 성장과 사회·정치 안정 등으로 높은 지지를 얻어 네 차례의 대선에서 80~90%대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 CNN은 카리모프가 막강한 권력을 이어오면서 뚜렷한 후계구도를 만들지 않아 이번 그의 타계 소식으로 권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기 내내 이슬람 극단주의를 배척해온 카리모프가 타계하면서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들이 중앙아시아에서 세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