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한국은행이 9일 열린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1.25%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연내 금리 향방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은 보이지 않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경제가 개선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경로는 불확실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9월 금리 동결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자본 유출 우려를 들면서도, 신용등급 상승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적다고도 했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동시에 정부의 8.25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중립적인 스탠스를 보였다고 평가하면서도,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의 무게를 내년에 두는 양상이다.
▲ 9월 금리 동결 이유? 국내 경기ㆍ가계부채ㆍ미국 금리 =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 동결의 원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통화정잭방향문구를 통해 “국제 경제는 수출이 일시적 요인으로 소폭 증가했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다소 호전된 가운데 내수가 개선 움직임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취업자수가 증가하면서 고용율이 상승했고, 실업률은 하락했다고도 표현했다. 국내 경기가 금리를 내려 부양해야할 정도로 긴박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다음으로는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실제 2월 정부의 여신심사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에도 2분기 가계빚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들었다. 이 총재는 “이론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기준금리 하한을 얘기할 때 소규모 개방경제국으로서 자본유출 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기축통화국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며 금리 인하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를 염려했다.
▲ 모호한 이주열 총재의 ‘입’ = 하지만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
가계빚이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증가세를 보여 우려를 표하면서도 “정부의 8.25 가계부채 대책의 시행을 앞당겨 시행하고, 당국의 감독 강화를 통해 가계부채 급증세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우리나라 금리가 자본유출 우려로 기축통화국 금리보다 높아야 된다면서도 “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고,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견조해 자본유출 우려를 낮추고 있다”며 금리 인하 여지를 남기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국내 경기에 대해서도 완만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여건 등에 비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언급하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이어갔다.
▲ 시장은 ‘아리송’...연내 동결 높지만 이유는 제각각 = 이 총재의 속모를 태도에도 시장은 연내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내년으로 미뤘다.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윤여삼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9월 금통위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힌트는 없이 여전히 중립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내수를 중심으로 한은이 예상한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며 기존 10월 인하 전망을 내년 1분기로 수정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외요인에 주목했다. 그는 “미 연준의 오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50~60%로 높아졌다”며 “약 2개월 뒤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시점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인하에 나서기는 어렵다”며 한은이 연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로 연내 동결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하며 약세를 보였다. 3년물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에 비해 4bp(1bp=0.01%p)오른 1.328%로 마감했고, 1년물과 5년물 역시 2.6bp, 4.9bp 상승했다. 장기물인 10년물과 20년물도 각각 4.3bp, 3.3bp 올랐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이 국채 금리 상승에 유효한 영향을 미쳤다”며 “10월 인하 시그널이 나오지 않은 점이 실망감으로 반영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