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업체 생기면 영광 빼길 수도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중앙상가 1층에는 온통 부동산중개업소 판이다. 일부 생필품을 파는 상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람 키 만한 칸막이를 쳐 만든 중개업소가 쫙 들어서 있다. 크기가 10~20㎡ 정도되는 중개업소 30여 개가 포진돼 있다. 얼핏 보면 임시 사무실처럼 보이지만 영업허가를 받은 정식 중개업소다.
5단지는 약 4000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대단지라지만 중개업소 수가 너무 많은 것은 분명하다. 단지 규모로 볼 때 10개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 3배가 넘는 중개업소가 영업 중이다.
이곳에 이렇게 많은 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이유가 뭘까.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다. 13㎡(4평) 기준으로 월 임대료가 60만원 정도이니 다른 곳과 비교할 때 반값도 안된다. 강남권에서 이만한 크기의 사무실 임대료는 아무리 못줘도 150만원은 족히 될 게다.
그렇다면 이곳 중개업소의 영업실적은 어떨까.
S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아파트값이 14억원이 넘어 한달에 1건만 해도 먹고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중개수수료가 9억원이 넘으면 거래 가액의 0.9%를 받아 다른 지역보다 오히려 수익이 더 좋다. 지난해 18건을 했고 올해 들어서도 현재 10건이나 성사시켰다.”
거래금액이 14억원이라면 중개 수수료는 1260만원이다. 사고 파는 양 쪽에서 다 수수료를 받을 경우 2520만원이나 된다. 한쪽에서만 수수료를 받는다 해도 10건이면 1억원이 넘는다.물론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 일이 더물고 고액인 경우 할인 요구도 심하다.
그러나 규정상 요율 범위 내에서 중개업소와 협의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시장 상황이 좋을수록 잘 깍아주지 않으려 한다. 매물이 귀한 곳이면 더욱 그렇다. 전속 물건인 경우 배짱 장사다.
물론 이곳에서도 영업력에 따라 실적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워낙 거래건수가 많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5단지 물건뿐만 아니라 주변의 2만 여가구에 달하는 잠실권 아파트 물건을 다 취급하고 있어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들 중개업소는 신이 나 있다.
거래시장이 침체된 지역의 중개업소는 어려움이 많지만 거래 활발 지역에서는 고수익 중개업소가 수두룩하다.
수입이 시원찮은 일부 개업 변호사가 중개업소로 전환하고 있다는 소리도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게 아니겠나.
부동산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중개업소 이득은 커진다. 거래 금액이 높을수록 수수료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개업소들은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하는 일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수수료인데도 선진국보다 낮다고 불평한다.
아마 큰 돈 버는 중개업자보다 가난한 업소가 더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 이는 중개업자수가 많아서 그런것 아니겠나
그렇다. 중개업소가 너무 많다. 8월말 현재 전국 개업 중개사는 9만4532명이다. 개업하지 않고 자격증만 갖고 있는 수까지 치면 35만930명이다.
그러니 새로 생기는 아파트 단지 상가에는 온통 중개업소 천지다. 위례 신도시도 그렇고 동탄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중개업소가 넘쳐나는데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는 그만큼 돈벌이가 된다는 얘기다. 국내 중개시장 규모가 5조원 규모라니 잘만하면 괜찮은 사업임에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외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건설사도 중개시장 진출을 옆보는 눈치다.
뉴스테이(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을 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중개업무가 포함되는 주택관리업무에 손을 대게 된다. 이를 위해 별도 전문 관리업체를 신설하게 돼 있다.
기존의 중개업소 형태가 아닌 건물 관리는 물론 법률·세무·금융·수선 등을 처리하는 종합부동산회사 형태다. 선진국형 부동산관리회사를 의미한다. 정부도 적극적이어서 조만간 모양새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기존 중개업소는 어떻게 될까. 지금보다 시장 영역이 줄어들게 뻔하다. 중개시장에 새로운 바람에 불게 된다는 소리다.
지금 같은 영업방식으로는 경쟁에서 밀려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어쩌면 수수료 싸움이 벌어질지 모른다. 지금보다 수수료를 낮추는 전략도 기존 중개업소 생존의 한 방법일 듯 싶다.
아니면 중개업소의 대형화를 통해 신규 진출업체와 한판 승부를 벌이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