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팡팡] #먹고 #마시고 #더치페이하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더치페이’란 말을 싫어한다?
‘네덜란드인’이나 ‘네덜란드어’란 의미의 ‘더치(Dutch)'우리가 흔히 ‘각자 계산’한다는 의미로 알고 있는 ‘더치페이(Dutch pay)’가 정작 네덜란드 사람들은 혐오하는 단어라는데요.
그 이유는…
'더치페이'의 어원을 따져보면 17세기 영국과 네덜란드의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한턱'을 쏜다는 의미로 '더치 트리트(Dutch treat)'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전쟁 이후 앙숙이라 할 만큼 사이가 안 좋았던 영국이 '네덜란드인들은 쩨쩨하고 지독한 구두쇠'라며 '더치 트리트'를 오히려 거꾸로 자기 것만 계산한다는 뜻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네덜란드를 조롱하는 의미로 쓰인 '더치페이'가 어쨌든 현재에 이르러서는 합리적인 계산문화를 뜻하는 긍정적인 단어가 된 셈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더치페이의 인식이 자리잡혀 각자 내는 계산 문화가 일반화됐습니다.오히려 상대방이 모두 계산하는 것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불편하게 여길 정도니까요.
이웃나라 일본은 더치페이를 ‘와리캉’이라 부르며 모임이나 식사비용을 N분의 1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행이 식사를 한 후 계산대 앞에 줄줄이 서서 각자 자신이 먹은 식비를 계산하는 풍경도 흔하게 볼 수 있죠.
여러 국가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더치페이가 아직 한국에선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심지어 외국인을 위한 한국여행안내서 ‘인사이트 가이드’ (2007년) 예절 항목엔 ‘한국에서 식사를 한 뒤엔 그룹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계산서를 집는 게 관습이다’라고 씌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좀 다릅니다.“애인끼리도 더치페이하는데 직장에선 당연한 거 아닌가요?”“요새 점심메뉴가 얼만데... 아무리 선배라도 쏘기는 부담스럽죠”“윗사람이라고 무조건 돈을 내야 한다면 얻어먹기도 불편해요”
이런 추세에 맞춰 직장인들은 N분의 1로 미리 계산하거나, 식권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더치페이 계산기 어플이 등장했는가 하면 모바일로 각자 비용을 송금하는 일도 편리해졌죠.
‘더치페이’는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그야말로 ‘핫 키워드’가 됐습니다.
청와대, 직원들에 “아는 이들 만나도 더치페이 해야”대법원 "판사들, 애인 빼고 모든 변호사와 더치페이 하라"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적용 여부가 헷갈린다면 더치페이 하라”고 권고했죠.
김영란 교수는 한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왜 이렇게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이 법은 쉽게 말해 더치페이법입니다. 자기 것은 자기가 계산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겁니다.“ 2015. KBS '명견만리‘
더치페이, 부정부패가 사라질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