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금융인의 권익신장과 조직 내 양성평등은 전 세계적인 과제였다.
카린 핀켈스톤 세계은행그룹(WBG) 산하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부총재는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여성금융인네트워크(이하 여금넷)와 공동으로 개최한 ‘2016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콘퍼런스’ 기조 연설자로 나서 “금융기관 내 임원급에도 양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핀켈스톤 MIGA 부총재는 세계적으로 금융기관 내 여성비율이 현저히 낮은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핀켈스톤 부총재는 “금융서비스 기관의 이사진 내 여성 비율은 올해 기준으로 20%, 집행위원 내에서는 16%”라며 “이 속도라면 여성인재의 이사진 진출 비중은 2040년에 30%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사회적으로 여성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기관 내에서는 ‘유리천장’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핀켈스톤 부총재는 “유연하지 못한 근무시간, 또 여성과 남성에 대한 책임감 차이, 승진 절차가 투명하고 평등하게 이뤄지는지 알 수 없다”며 “여성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여러 문화적인 차별에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역시 여성의 경영진 진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핀켈스톤 부총재는 “한국의 금융업계는 남성 매니저들이 의사결정을 하고, 여성이 경영진에 있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고 한다”며 “고위급 여성 임원들이 적기 때문에 여성 직원의 멘토가 많지 않아 커리어로드맵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핀켈스톤 부총재는 WBG에서 운영하는 양성평등 인증제와 여성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한 조직 내 문화 조성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핀켈스톤 부총재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경영 전략에 양성평등을 핵심 가치라고 강조한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여성 인재 채용 및 관리·승진, 유연한 근로환경과 조직문화를 통해 양성평등을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WB에서는 여성 임원을 양성하는 ‘탤런트 파이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특정 직위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남성과 여성 모두 유아휴직 후 복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핀켈스톤 부총재는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롤모델이 있는 게 중요한데 우리가 일하는 각 기관에 다양성을 강화하고, 후배들 위한 노력 필요하다”며 “한국의 여성 금융인들이 협력하고 지지할 필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경기활성화와 밀접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먼저 금융권 최초로 여성 시중은행장이 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저출산 사회로 접어들면서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행장은 “한국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74%를 넘는다”며 “여성의 한국 여성 경제 참여율을 남성만큼 올리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포인트 끌어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희경 CJ그룹 부사장도 여성 인력의 활용도를 높일 경우 경제적 가치 창출이 12조 달러(1경3182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는 최근 맥킨지 리포트를 거론하며 여성 인재가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 부사장은 “여성 인재의 양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우선 기회의 확장”이라며 “여성의 잠재력까지 감안해서 실수했을 때 다시 한 번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에 대한 사회·경제적 가치에 공감대가 이뤄진 만큼 변화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우리경제가 굉장히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남성들이 박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어 경직된 사고를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 임원 비율이 낮다는 것은 기업 문화가 굉장히 권위적이라는 얘기”라며 “이는 경험에 비춰볼 때 베트남보다 뒤처졌다”고 평가했다.
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회장은 가정과 기업, 정부가 힘을 합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는다면 우리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손 회장은 “여성들이 제대로 경제활동을 하면 우리 사회가 안은 저출산, 고령화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포춘 선정 200대 기업을 살펴보면 여성 임원이 40%에 달한다”며 “여성의 사회 진출 원을 말로만 외치지 말고 행동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