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DICC와 같은 법적공방 재현 우려
역대 2위 규모의 IPO(기업상장)를 노리던 두산밥캣의 IPO(기업공개)가 연기되면서 앞서 프리IPO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고심도 커 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두산밥캣의 IPO 재추진이 당분간 녹록지 않은 점을 감안, 제2의 두산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2.5조 원 규모의 두산밥캣의 IPO가 연기됐다.
두산밥캣의 IPO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JP모건이 제시한 공모 희망 밴드는 4만1000원에서 5만 원 사이였다. 그러나 지난 6~7일 국내 기관투자자들 대상의 수요 예측 결과 대부분 2만 원대를 많이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흥행에 참패했다.
당장 지난 8월 단행한 밥캣의 프리IPO 당시 대무적 투자자(FI)들의 엑시트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들 FI들이 매입한 밥캣 우선주의 가격은 3만1000원대로 알려졌다. 밥캣의 상장이 가시화되면 FI들도 지분을 상당 부분 엑시트 할 것으로 알려졌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실제 두산밥캣이 상장을 연기해 재추진해도 공모가 밴드는 애초 제시한 희망 공모가 대비 큰 폭의 할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공모가가 3만1000원 미만으로 정해지면 기존 FI들이 크게 반발할 수 있어 상장 성공을 위해 대폭적인 공모가 할인도 어려운 상황이다.
두산밥캣의 지분을 들고 있는 FI는 한화자산운용, 지방행정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한화생명, 현대증권, 신영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대신증권 등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제시한 4900만 주 규모의 공모가 희망 밴드가 PBR 1.8배를 적용한 4만1000원에서 5만 원 사이였으나, 수요예측 결과 기관 투자자들 대다수가 2만 원대를 많이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향후 공모를 재추진한다면, 업사이드를 고려해도 PBR 0.8배를 적용한 2만 5000원~2만6000원 사이에서 공모가가 정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언급했다.
상장 일정이 불가피해지면 과거 FI들이 투자했다가 현재 디폴트에 소송전까지 치달은 두산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밥캣 상장 연기로 두산그룹이 프리IPO에 참여한 FI들의 엑시트에 제동이 걸리게 하면 제2의 두산DICC 사태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자본시장업계에선 두산그룹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 측은 FI들의 엑시트에 대해 무리 없이 상장 일정을 논의,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상장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두산인프라 관계자는 “FI들과 재상장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며 “12일 이전에 재상장 계획을 공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