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채권 트레이딩 부문의 긴 침체기에 마침표를 찍고 ‘깜짝 호실적’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18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21억 달러(약 2조 37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은 4.88달러로 시장전망치인 3.74달러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순매출은 19% 늘어난 81억7000만 달러로 이 역시 시장전망치(74억1000만 달러)를 상회했다.
이번 골드만삭스의 3분기 실적 호조는 채권 트레이딩을 비롯한 이른바 외환, 상품(FICC) 사업부문의 회복세가 견인했다는 평가다. 3분기 채권 트레이딩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19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7억 달러를 기록했을 것이란 블룸버그 집계 전망치를 훌쩍 웃도는 것이다.
이번 실적 호조에 대해선 로이드 블랭크페인(62)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의 뚝심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블랭크페인이 CEO직에 오른 지 10년이 되는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FICC는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골드만삭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하는 등 10년래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FICC 사업부문이 장기 침체를 겪자 일부 경쟁사들이 잇달아 해당 사업부를 축소하거나 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블렝크페인은 해당 사업부를 중시, 체질개선을 통해 사업을 이어나갔다. 그는 FICC 사업부의 회복세를 이끌기 위해 인력을 줄이는 대신 주니어급 사원들에게 더 많은 업무를 배당해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골드만삭스는 전사적으로 올해에만 네 차례에 걸쳐 총 400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채권 사업부의 경우에는 전체 인력의 약 10%를 감원했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상여금도 낮췄다.
시장에서는 골드만삭스의 어닝 서프라이즈로 앞으로 FICC 시장에 청신호가 들어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JP모건과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다른 대형투자은행들도 FICC 사업부가 회복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FICC 투자가 늘어나면서 대형은행들이 이 부문의 호조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2.15%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