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에 걸친 롯데그룹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신동빈(61)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재판 과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횡령과 배임 액수가 신 회장의 경우 1700억여 원에 달해 전부 유죄가 나올 경우 실형이 불가피하지만,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신동빈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동주(62)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탈세 혐의가 추가됐고,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7) 씨도 같은 혐의로 먼저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1249억 원대 배임과 508억 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배임 혐의는 신 이사장과 서 씨 모녀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부분이 774억 원대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횡령 혐의는 500억 원 대부분이 신동주 부회장 등에게 급여 명목으로 부당하게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신 회장은 1200억 원이 넘는 혐의사실에 대해 아버지(신 총괄회장)가 결정한 일이어서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함께 의사결정을 했고, 특히 실행행위는 신 회장 주도 하에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나서 이뤄진 만큼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이 부분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입장에서는 그룹 실무자들로부터 확보한 신 회장이 범행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법정에서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신 총괄회장이 신 이사장과 서 씨 모녀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탈세를 저질렀다는 부분은 검찰이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고 있다. 당사자들도 세금을 내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혐의액수만이 다툼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조세포탈액을 △신 총괄회장 858억 원 △신 이사장 560억 원 △서 씨 298억 원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신 총괄회장 등은 총 탈세금액을 1000억 원 미만으로 잡고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과 서 씨가 법정에 출두할 가능성이 적어 재판에 난항이 예상된다. 신 총괄회장은 고령에다 정신 이상을 이유로 법원에서 한정후견인을 지정한 상태다. 신 총괄회장은 법정에서 제대로 진술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공판 정지나 보조인 선임을 요청할 수 있다. 재판부가 둘 중 하나를 받아들이면 법정에서 신 총괄회장의 구체적인 진술을 듣기가 어려워진다. 일본에 체류 중인 서 씨의 경우 검찰 조사 단계부터 입국을 거부하고 있어 재판에 나설지 예측하기 어렵다. 검찰은 서 씨에 대한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세청을 통해 국내 재산을 압류하는 등 강제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전직 검찰총장과 고검장 등 유명 전관 변호사들을 대거 기용했던 롯데그룹은 재판과정에서 고위직 판사 출신으로 변호인단을 새로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을 비롯한 그룹 핵심 관계자들의 변호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