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모든 운용사로부터 차입비율 현황을 일일 보고 받을 예정이다. 최근 한미약품 공매도 사태가 이슈화하면서 공매도 예상 규모 등 포괄적인 리스크 현황을 사전 점검하려는 것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모든 자산운용사는 차입비율을 명시한 ‘일일 상시(Handy)보고서’를 매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차입비율이란 해당 운용사의 순자산액을 차입액 합계로 나눈 값이다. 금전차입액을 비롯해 파생상품위험평가액, 채무보증담보제공액,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금액, 증권차입액을 모두 차입액으로 합산해야 한다.
일일 차입비율은 월별로 정산해 5가지 등급을 부과한다. 차입비율 100% 이하면 ‘정상’ 등급, 350% 이하는 ‘경계’, 350%를 초과하면 ‘심각’ 수준이다.
기존에는 사실상 금전차입액만 차입비율 계산에 사용됐다. 반면 앞으로는 훨씬 엄격한 차입비율 관리가 가능해 질 예정이다. 증권차입액 등이 포함되면서 금융당국이 국내 사모펀드의 공매도 예상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2004년 금융부문 리스크를 상시 점검하고자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구축하고 핸디보고서를 받기 시작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용사 대신 일일 수탁고 감소율, 머니마켓펀드(MMF) 시가 괴리율, 일임계약 감소율 정보를 제출해왔다.
지난해 4월부터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10여 개 회사를 대상으로 각 사가 직접 차입비율 정보를 제출하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헤지펀드의 범위가 일반 사모펀드로 넓어지면서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는 물론 종합자산운용사 등 현재 등록된 146개사 대부분에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
그러나 헤지펀드 범위가 모호해 올 9월 말 기준 21개 회사만 핸디보고서를 제출한 데 그쳤다. 이에 금융당국이 일괄적으로 업계에 제출 의무를 알린 것이다.
운용업계에서는 감독의 실익 대비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다. 28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준법감시인 워크숍’에서 A 운용사 관계자는 “RP 매도금액이나 증권차입액은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는 법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파생상품위험평가액이 사실상 헤지 돼 ‘0’으로 기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요식행위를 매일 하는 데 따른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인가를 받은 B 운용사 준법감시인은 “부동산 펀드는 레버리지가 커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차입비율대로 계산하면 대부분 운용사가 ‘경계’나 ‘심각’ 수준에 해당할 것”이라며 “실제 리스크는 심하지 않은데 괜한 낙인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업계의 상시보고서 제출 의무는 저축은행 등 다른 업권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우선 시행 후 프라임브로커리지(PBS) 계약을 체결한 곳 등으로 제출자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