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계 중진 김성태 의원
정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로 요동치고 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하야를 요구하고 있고 여당도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뉘어 내홍을 겪고 있다. 비상시국임에도 당·청이 골든타임을 넘기고 동반 침몰 위기로 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하는 등 개각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여당은 당 지도부조차 모르는 인사였다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고, 야당은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이투데이는 3일 비박계 중진 김성태 의원을 만나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현 정국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 비박계는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가 지도부 사퇴를 막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분당설도 나오고 있는데, 비박계는 어떤 대응을 할 생각인가.
“안타깝지만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겠다고 해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당이 완전히 몰락하리란 것은 분명하다.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지도부 사퇴를 강력히 촉구해나갈 것이다. 민심을 거스르며 현 지도체제를 고수하려는 지도부에 결연한 의지로 맞설 것이다. 국민은 이미 당 지도부를 최순실 사태의 방조자로 규정하고 있고, 대통령의 방패막이로 전락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결단코 현 지도부로는 이 난국을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금 ‘특검’이나 ‘거국내각 구성’등 국정 정상화를 위해서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야당은 현 지도부를 협상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내 위기가 문제가 아니다. 국정이 마비되고, 대한민국이 멈춰버릴 것이다. 지도부가 사퇴를 거부함으로써 국정 수습을 지연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걸림돌이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도부 사퇴는 국정 정상화의 첫걸음이자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새누리당은 하루살이 정당이 아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우리가 지켜 나아가야 할 가치가 있다. 지도부의 자존심 때문에 보수의 가치가 몰락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에 내정한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석(捨石·버리는 돌)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번 개각에 대한 평가는.
“국정과 헌정이 중단될 우려가 있는 엄중한 상황에 이런 일방통행식 총리 내정은 혼란만 키우고, 국민들의 분노만 증폭할 뿐이다. 당장에 야당이나 야권 대선주자들도 그동안 정치적 부담 때문에 대통령 거취까지는 거론하지 않았지만, 총리 내정 발표 이후엔 적극적으로 ‘하야’를 말하고 있지 않는가. 더욱이 여야 합의 거국중립내각을 원하는 국민 여론과도 완전히 배치된다. 합의하지 않고, 거국내각을 고려하지 않은 총리 지명이라면 철회하는 것이 맞다. 국정의 마비만은 막아야 한다는 고심 끝에 당이 대통령에게 거국내각을 건의했고, 야당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 와중에 기습적으로 총리 내정을 발표한다는 것은 여야를 떠나서 이제 국회를 외면하고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것밖에는 안 된다. 국회를 무시하고 민심을 거스른 일방적 개각이 여소야대 국회의 동의를 얻어낼 수 없으리란 건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사실상 이원집정부제가 가동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더욱이 여야가 합의해야 할 일이지, 총리 후보자가 내놓을 말이 아니다. 또한 지금 총리 지명자의 능력이나 포부, 또 임명 이후의 행보를 논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현재로선 대통령이 내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는 수준의 파격적인 변화가 없다면 총리 임명은 요원할 것이다. 다만 부분적인 이원집정부제를 지향하는 김병준 총리 지명자의 구상에는 동의한다. 나는 정치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개헌을 주창해왔는데, 그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 때문이다. 권력제도의 개편을 빼놓고 개헌을 이야기할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최적의 대안은 이원집정부제다.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다면, 이번 개각이 하나의 작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모두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참 안타깝다.”
△야당은 최순실 사태를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별법에 의한 별도 특검을 추진해 국정조사와 특검 투 트랙으로 진상을 규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은 국회에서 여야가 각 1명씩 추천한 2명 중 대통령이 한 사람을 임명하는 상설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이견이 뚜렷해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에 대한 생각은.
“특검은 추진해야 한다. 특검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 이후에 특검을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 야당이 주장하는 ‘특별법에 의한 별도 특검’을 새누리당이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선택해서 임명한다면, 그 진정성과 특검의 수사결과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다만 야당이 정말로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야당이 주장한 특검을 새누리당이 수용하자마자 태도를 바꿨다. 거국내각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사태를 내년 대선으로 끌고 가려는 정략적인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국정조사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 모든 언론이 이 사태를 다뤘기 때문에 국회가 밝힐 수 있는 부분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정쟁만 유발할 위험이 크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비롯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통한 국정 정상화, 나아가 개헌까지 국회가 다뤄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국회가 이 사태에만 함몰되어 있을 순 없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 거국중립내각에 대한 생각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국정이 마비되고, 헌정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져선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이 총체적인 위기 상황이라는 건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벌써부터 잊히고 있지만,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거국중립내각 구성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더욱이 최순실 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고, 상황이 더 악화돼서 정부가 국정 동력을 완전히 상실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시점에서 국정을 안정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거국내각 구성뿐이다. 우리 새누리당은 무엇보다도 ‘국정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고심 끝에 야당과 야권 대선주자들이 먼저 제안한 거국중립내각을 받아들였다. 이젠 야당이 답할 차례다. 특검 제안 때도 그랬지만, 야당이 이런 식으로 계속 발을 뺀다면 국가적 위기상황까지 정치공세로 악용하겠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덧붙여서 유력 대선주자들이 거국중립내각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내각 구성에서부터 여야 간에 또 다른 정쟁이 발생할 수 있고, 대선 주자들의 이해관계까지 얽힐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국가적인 위기 사태가 대선주자들의 ‘홍보 경연장’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 대통령 임기 내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요원해진 상태다. 지금 상황에서 개헌의 방식과 시기, 어떻게 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나.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견인할 개헌이 무려 30년 만에 이뤄질 기회였는데, 제대로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사태가 벌어져서 너무나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는 국가적으로 참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개헌은 국민적인 지지와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 임기 내 개헌은 사실상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그 어떤 대통령도 측근이나 권력형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 수없이 반복된 역사적 사실이다. 아울러 개헌과 비선 실세 논란을 엮는 순간, 개헌은 다시 10~20년 뒤로 밀려날 것이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또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비선 실세에 대한 수사는 수사대로 철저히 진행하되,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 개헌 논의는 계속 진행해 나가야 한다. 내년 4월 12일에 치르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일에 맞춰서 개헌투표를 할 수 있도록 개헌 논의를 앞당겨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개헌은 실질적으로 그때가 마지노선이 될 것이다. 그 시점을 넘기면 여야 대선주자의 윤곽이 그려지고, 대선 국면으로 넘어간다. 개헌은 국회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여야가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합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개헌 논의를 추진해 나간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국정 마비 상황을 더 이상 끌고 가서는 안 되고, 30년 만에 찾아온 이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된다. 야당도 국정운영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개헌에 보다 전향적으로 임해 주길 기대한다.”
◆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김성태 의원은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 등을 지냈다. 현재는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8대 국회부터 강서을 지역에서만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이기도 하다.
△1958년 출생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졸업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