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추천위원회 관계자의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 기금이사를 새로 뽑기 위해 구성됐던 당시 추천위원회 관계자는 7일 이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강면욱 현 본부장보다 평가 점수가 높은 후보가 2명 있었다”며 “그런데 면접을 보고 난 이후 각 위원들이 추천을 하고 나니 이들이 최종에서 모두 떨어졌다”고 폭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당시 위원회 구성원들에게는 안 전 수석이 계성고, 성균관대 1년 후배인 강 본부장을 민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위원들 중 상당수가 이러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2015년 11월 4일 543조 원(2016년 8월 기준)을 운용하는 신임 기금운용본부장 모집 공고를 냈다. 지원서를 접수 받은 이후 위원회의 각 위원들이 항목별로 후보들을 평가한 결과 A, B 후보가 강 본부장보다 점수가 높았다. 이 중 한 명은 “내가 점수가 (강 본부장보다) 더 높은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인선 과정에서 점수가 높은 후보는 떨어지고 중위권이었던 강 본부장이 최종 추천을 받았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위원회의 구성 때문이라고 해당 조직 관계자는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8일 기금이사 후보에 대한 면접을 본 기금이사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은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맡았다. 김영배 부회장을 비롯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김현준 보건복지부 국장, 박종백 태평양 변호사, 최두환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이 면접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추천위원회 위원이었던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불참했다.
이 중 김영배 부회장, 이승철 부회장, 김현준 국장, 이원희 대행, 정호원 과장 등 과반수가 안 전 수석의 영향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승철 부회장은 안 전 수석 지시로 미르ㆍK스포츠재단 모금을 주도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두환 부위원장 등은 중립적 인사로 분류된다. 기금이사추천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안 전 수석 등 윗선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현준 국장은 “면접 때 강 본부장이 높은 점수를 얻어 1순위가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영배 부회장에게는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기금이사 선출은 정해진 프로세스데로 공정하게 진행됐다”며 “평가점수가 달랐다고 해도 면접 등을 통해 바뀔 수 있다.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오해하는 것은 기금이사 선임 과정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