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멕시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새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빅3와 일본 도요타자동차, 독일 폴크스바겐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은 멕시코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대량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높은 관세(35%) 부과하겠다던 공약을 실행하면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여러가지 반 멕시코 정책을 공약하며 멕시코와 긴장 관계를 형성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는 멕시코인을 강간범과 범죄자로 비하하고 불법이민과 마약밀매를 막기 위해 멕시코의 부담으로 양국 간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에 멕시코는 국경장벽 비용을 한 푼도 내지 않겠다고 반박하며 트럼프 당선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또한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의 무역협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재검토하거나 철회하겠다고도 했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트럼프의 단골 공격 대상이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중 포드가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비판했다. 도요타나 닛산 등 다른 회사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멕시코 공장에서 부품을 납품받는 이상 트럼프의 반 멕시코 정책을 절대 비켜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대학 자동차연구센터(CAR) 소장인 페르디난트 두덴회페는 “트럼프는 무역장벽을 쌓아 올리려고 한다. 따라서 미국에 공장이 있는 자동차가 승자이며, 자동차 업계에 있어서 엘도라도인 멕시코는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GM과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 등 9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2010년 이후 멕시코에 총 240억 달러(약 28조 원) 이상의 투자를 발표했다. 폴크스바겐 산하의 아우디와 BMW, 다임러는 저렴한 비용으로 멕시코에서 각각 고급차, 엔진, 대형 트럭을 생산하고 있거나 그럴 계획이 있다.
이에 트럼프는 멕시코가 미국 노동자를 희생해 혜택을 받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을 앞세워 유권자의 지지를 모아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 미시간 주의 앤 아버의 자동차연구센터에 따르면 멕시코에서의 생산은 2020년까지 200만 대에서 500만 대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대학 노동·고용·경제연구소의 도널드 그라임스는 “트럼프가 무역 협정을 파기하고 반 덤핑 규정을 통해 많은 국가에 대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심하면 세계적인 무역전쟁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12일 플로리다 유세에서 “일본은 자동차로 우리를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7월에는 오하이오 주에서 자원 봉사자들에게 “일본에서 미국을 향해 거대한 선박이 자동차를 운반하고 있으며, 일본은 우리 덕분에 부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는 멕시코에서 연간 총 136만 대 가량을 생산하며, 향후 총 43만 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신공장 계획도 발표했다.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델은 도요타의 코롤라 닛산 바사와 센트라, 혼다 피트 등이 있다.
스미토모상사 글로벌리서치 부문의 다카이 히로유키 사장은 “NAFTA가 의제에 오르면 특히 멕시코의 자동차 관련 투자 등에서 일본 기업에 매우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 대통령 때문에 무역과 투자가 어려워지면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