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카 세계적 역량 단숨에 확보… 삼성, 스마트폰 신화 다시 써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카’에서도 다시 신화를 쓴다. 삼성전자가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하만을 인수하면서 전장사업의 세계적 역량을 단숨에 확보했다.
이번 인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린 ‘뉴삼성’의 퍼즐 중 하나다.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혁신적인 변화가 자동차 업계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미래성장동력으로 스마트카 전장부품을 꼽았지만, 후발 업체로서 경쟁력이 떨어지자 대형 M&A를 통해 커넥티드카 업계 1위로 도약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의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전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BMW, 타타(Tata) 등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카 인포테인먼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폐쇄적인 자동차 시장에서 눈에 띌만한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영업 경쟁력을 보유하게 됐다. 하만은 이미 BMW, 메르세데츠-벤츠,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유럽과 미국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확고한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 4곳 중 1곳은 하만의 스피커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내놓을 차량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의 부품 또한 이들 브랜드들에 공급하기가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만이 완성차 업체 계열의 부품사가 아닌 순수 부품업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사업 확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주당 28%의 프리미엄을 얹어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인 9조 원이라는 인수 금액을 쏟아부은 것에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커넥티드카용 전장부품 시장은 연평균 9%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향후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폐쇄적인 시장 특성을 극복하고 거래선을 한 번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는 ‘신의 한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장사업 강화를 통한 성장엔진 장착,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캡티브(Captive) 거래선 확보 관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향후 전장부품 사업을 강화하되, 완성차 사업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영 삼성전자 전략 담당 최고책임자(사장)은 14일 미국에서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완성차 제조에는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파워트레인 등 차의 바디파트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커넥티비티(연결성)와 관련된 기술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다시 한 번 하만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지난 1997년 삼성전자의 초고가 오디오 브랜드인 ‘엠퍼러’를 만들 당시 하만 산하의 마크레빈슨과 기술 제휴를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