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한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우리는 실감한다. 자신은 잘못이 없다. 모두 누가 시키셔 했다고 한다. 정부는 성난 민초들이 모여 수백만 촛불집회에도 눈 하나 깜짝 안한다. 별로 관심이 없다. 버티기로 일관 중이다.
골프계에도 이런 정부를 닮은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도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그 중 하나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겉보기에는 화려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엉망이라는 것이 일부 소속 회원들의 지적이다. 사실 외부에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2000명이 넘는 회원들을 보유한 대기업 같은 협회지만 ‘뭔가 비밀스럽게 숨기는 것이 많다’는 것이 일부 회원들의 주장이다.
협회를 발전을 위해 조직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장을 들어보면 협회 의혹은 크게 4가지 나뉜다.
먼저 중계권과 관련해서다. 강춘자 수석부회장과 김남진 사무국장이 개인형사소송이 걸렸다. JTBC 골프 홍성완 대표가 소송을 냈다. 그런데 강 부회장과 김 국장이 일부 소송비용을 협회비용으로 먼저 입금을 했다. 문제가 터지자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협회 돈으로 하자고 의결했다.
‘회장 모시기’도 시끄럽다.
지난 2월 구자용 회장(LS네트웍스 회장·E1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협회를 떠났지만 차기회장이 여전히 공석이다. 누구의 입김인지 몰라도 회장 뽑을 생각을 안 한다. 모든 것은 사무국 중심으로 처리한다. 그 중심에는 강춘자 수석부회장이 있다. 회장이 없어도 주로 대회개최가 주사업인 협회가 여전히 잘 굴러가고 있어 보인다.
그러나 회원들은 불안하다. 회장 없이 모든 일처리가 강 부회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독주체제’에 불만이 가득하다. 협회는 지난 10월 열린 간담회에서 “협회가 방송중계권 문제로 어수선해 신임 회장을 모시기가 좀 그렇다”는 궁색한 변명을 한바 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협회 임원들은 중심으로 ‘회장 감(?)이 아닌 사람을 회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회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회원들은 강 부회장이 ‘정관에 연임할 수 있어 임기를 임원 연임 및 중임 조항을 채웠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관에 임원 임기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강 부회장은 2016년 3월 KLPGA 정기총회에서 전체 대의원 67명 가운데 26표를 얻어 이영귀(17표)·이오순(15표)·김순미(9표) 등 후보자를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과반수의 표를 얻지 못했다는 것은 판세가 박빙이었다는 것. 보수를 받고 상근하는 수석부회장은 선출직이다. 따라서 겉으로 보아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이상한 것이 드러난다.
바로 지난 3월 임원선거를 앞두고 베트남에서 프로암대회를 한 사건이다. 프로와 아마추어골퍼가 어울려 골프를 즐기는 이벤트다. 그런데 이를 현재 협회 수석부회장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67명의 대의원 중 8명이나 초청받아 프로암대회에 참석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강 부회장측은 “베트남 프로암 대회는 개인적인 일”이라며 “대의원 참여가 선거법 위반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방송중계권료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중계방송은 주로 S방송와 J방송이 양분해서 하고 있다. S사는 주로 국내 여자대회, J사는 미국여자대회를 중계방송하고 있다. 그런데 중계권 계약이 만료 후 회장도 없이 강 부회장측이 S사와 계약했다는 것. 그동안 3년간 했던 것을 5년으로 늘린데다 연간 100억 원을 제시한 J사의 제의는 아예 무시하고 S사와 계약을 했다는 것. 특히 협회는 J사 제안서조차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비상위 한 회원은 “이는 연간 35억 원의 손실”이라며 “협회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은 강 부회장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높은 직위에 올라가면 내려놓기가 쉽지가 않다. 이런 의혹들이 어떤 결론으로 마무리될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