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 사이에서 주도권 다툼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파에 트럼프 정부 초대 국무장관 등 정부 요직의 인선작업도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국무장관 유력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각각 미는 ‘롬니파’와 ‘줄리아니파’로 나뉘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MSNBC 방송 모닝조 프로그램의 여성 공동 진행자인 미카 브레진스키는 28일(현지시간)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정권인수위 소식통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수석고문인 켈리엔 콘웨이의 롬니 비판 발언을 듣고 격노했다”고 전했다. 콘웨이는 전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롬니 전 주지사가 반(反)트럼프 운동에 앞장섰다는 점을 지적하며 “롬니가 내각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임명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는 수많은 목소리를 듣고 숨이 막힐 정도”라고 말했다. 콘웨이는 지난 24일 트위터를 통해 “ 트럼프 충성파들이 롬니 국무장관 발탁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콘웨이는 최악의 시기에 트럼프에 맞서 마음대로 독자 행동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또 다른 소식통들은 “인수위 사람들이 콘웨이의 발언에 당황해 하고 있다. 콘웨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메시지보다 본인의 어젠다를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핵심 인사 선임이 주도권 다툼(Tug of War)으로 늦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통합 차원에서 ‘정적’롬니 주지사를 국무장관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강경파 측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측근에서 강경파에 속하는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롬니 국무장관 임명을 강하게 반대하며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밀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트럼프에게 조언하고 있는 일부 기업인들이 여전히 롬니를 강하게 미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외교업무를 담당하는 최고 수장 자리를 놓고 내부 주도권 다툼이 벌어져 펜스 부통령 당선인가 인수위원장을 맡은 이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이뤄진 인선작업이 느려졌으며 주도권 다툼으로 다른 요직들을 공석으로 남아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9일 롬니 전 주지사를 다시 회동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이 롬니 국무장관 카드를 밀어붙일지 접을지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이 롬니 카드를 접는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