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틸로니 외교장관, 마테오 렌치 후임으로 은행 파산 위기 막아야 하는 중책 맡게 돼
이탈리아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부결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사임한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후임으로 파올로 젠틸로니 외교장관이 지명됐다.
총리 지명권을 가진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젠틸로니를 새 내각의 수장으로 임명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탈리아에서 지난 4일 치른 국민투표 결과 개헌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이에 렌치 전 총리가 7일 사임하자 마타렐라 대통령은 전날까지 사흘간 약 40개 정당 대표,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들과의 면담을 거쳐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릴 책임자로 젠틸로니를 낙점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전날 새 총리를 최대한 빨리 지명할 것이라는 의향을 강조하면서 “이탈리아는 국민과 유럽, 전 세계에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짧은 기간 내에 완전한 기능을 갖춘 정부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젠틸로니 신임 총리는 파산 위기에 빠진 자국 은행들을 살려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유서 깊은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는 지난 9일 유럽중앙은행(ECB)에 자본확충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이탈리아 3대 은행이지만 부실 채권 급증으로 경영난에 빠진 BMPS는 당초 올해 안에 증자를 완료할 계획이었나 정국 혼란으로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간 규모의 ‘방카 포폴라레 디 비첸자’와 ‘베네토방카’도 최대 35억 유로(약 4조3343억 원)의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정부가 은행들을 살리고자 공적자금을 투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EU 국가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민간자본을 은행에 끌어 들이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이지만 성사되려면 정치 안정은 필수다.
젠틸로니가 새 내각 구성을 마치고 의회 신임을 얻는다면 오는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그는 카를로 피에르 파도안 재무장관 등 내각 주요 인물들을 교체하지 않고 유지해 은행위기에 대응할 전망이라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