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빅딜’ 없고 대선 등 불확실성 커 시장전망 불투명투자소비 부진 낮아진 경제성장률도 IPO 흥행에 악영향신동빈 회장 “호텔롯데 재상장”…예상 공모가 4조~5조원시장상황 따라 롯데 다른 계열사들 IPO 잇따를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올해 공모주 시장의 한파가 계속될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지 예단하기 어렵다.” - A 증권사 기업금융업무 담당자
올해가 20일도 남지 않았지만 내년 기업공개(IPO) 시장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렇다 할 ‘빅딜’이 예정돼 있지 않은 데다 최대 정치 이벤트인 대통령선거까지 치러지는 만큼 시장 안팎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내년 IPO시장이 대체로 올해와 비슷한 가운데 최대 관심사인 호텔롯데의 상장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호텔롯데 상장에 내년 IPO시장 성패 달려 = 올해 IPO시장은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의 공모를 끝으로 사실상 일단락됐다. 올해 IPO기업 수는 12일 현재 73개사로 지난해(123개사)보다 줄었지만, 공모금액은 6조27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5% 상승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공모금액 규모가 6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10년 이후 6년 만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관련 기관의 집계도 늦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거래소는 12월이면 다음 연도 IPO시장의 수요조사 결과를 만드는데 올해는 아직 이 자료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각 증권사 IB부서의 데이터를 취합해야 하는데 아직 증권사들의 자료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게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가장 큰 변수는 한 차례 상장이 무산됐던 호텔롯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재추진한다고 공언했지만, 총수 일가는 현재 배임 혐의를 받고 기소된 상황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호텔롯데의 상장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넷마블게임즈, 이랜드리테일, 셀트리온헬스케어, 동서발전, 남동발전 등이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호텔롯데의 비중을 상쇄할 만한 규모는 아니라는 평가다.
대기업 계열사의 IPO라면 무조건 환영하던 시장 분위기도 변했다. 일례로 두산밥캣이 대표적이다. 두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마지막 우량기업이었음에도 최악의 공모청약 미달 사태로 고배를 마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호텔롯데가 공모를 진행하더라도 ‘묻지마’ 투자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호텔롯데가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규제 분위기 등으로 이전과 같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면 호텔롯데가 성공적으로 공모를 마친다면 내년 시장 분위기 전체를 끌어올릴 수 있다. 호텔롯데의 예상 공모 규모는 4조677억~5조2641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공모금액(4조6642억 원)과 맞먹는다. 기업 가치를 이전 같이 평가받지 못하더라도 코스닥시장에서만 약 2조 원가량 공모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기록은 무난히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 상황에 따라 롯데 계열사들의 IPO 추진이 잇따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통령선거·경기부진 등 변수 많아 = 호텔롯데 외에도 내년 IPO시장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변수는 많다. 우선 내년엔 대통령 선거라는 초대형 정치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탄핵안 심판 결과에 따라 선거가 앞당겨질 수 있는 가운데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정국이 안정되는 시점까지 상장을 미루기로 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선거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성길 거래소 상장유치 팀장은 “경험적으로 볼 때 선거와 IPO시장의 연관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라며 “시장이 정치 이슈에 영향을 받는 것은 정책의 초점이 어느 쪽에 놓이느냐 하는 부분에 반응하는 것인데, 역대 정권들은 모두 상장 활성화 정책에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낮아지는 경제성장률도 IPO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내 주요 경제기관은 물론 국내외 금융기관이 일제히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투자부진과 소비부진이 예상된다는 이유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부서 관계자는 “IPO 시장은 기업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투자를 줄이고 민간소비가 위축된다면 코스닥 등에 상장돼 있는 협력사들의 실적도 줄줄이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