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금융주가 월간 기준 7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금융권 자금 지원을 위한 차입안의 의회 승인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보도에 따르면 FTSE이탈리아은행업지수는는 이날만 2.3% 급등했다. 이달 들어서 상승폭은 22%에 달했다. 이는 2009년 4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이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전날 부실은행 지원을 위해 200억 유로(약 24조8000억원) 추가 차입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젠틸로니 총리는 각료 회의 직후 “은행 부문 위기관리에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정부의 차입을 확대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는 정부 요구안을 이르면 21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마테오 렌치가 국민투표 개헌안 부결을 책임지고 사퇴하게 되면 은행주가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주도했던 금융권 회복 정책이 방향성을 잃게되면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융주는 랠리를 기록했다.
다만 최근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해도 이탈리아 은행들의 주가는 여전히 낮은 상태며 총 3600억 유로의 부실대출을 떠안고 있어 시장의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탈리아 3위 은행이자 1472년 창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가 정부 구제금융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방안으로 연말까지 50억 유로 규모의 자금 확충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파인브릿지의 한니 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이제 이탈리아 은행권 전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면서 “불확실성은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왔고 이제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가 BMPS 지원에 나선다면 유럽연합(EU)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이달 초 유럽중앙은행(ECB)은 금융권 자본 확충 등 자구안 마련 시한을 1월 중순까지 연장해달라는 이탈리아 측의 요청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