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업계 경쟁자 네이버와 카카오의 내년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콘텐츠와 광고 매출이 여전히 양사 수익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네이버는 기술 플랫폼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반면 카카오는 콘텐츠 및 광고 상품의 다각화에 주안점을 둘 전망이다.
◇‘기술 주도의 플랫폼’ 지향하는 네이버…하드웨어ㆍ서비스와의 융합 모색 = 네이버는 내년 인공지능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해 새로운 편의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내정자는 지난달 22일 열린 ‘NAVER CONNECT 2017’ 기조연설에서 “네이버가 추구하는 것은 첨단기술을 일상으로 끌어 들여 모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중화시키는 것”이라며 ‘기술 플랫폼’의 비전을 처음으로 밝혔다. 앞서 10월 개최된 개발자포럼 ‘DEVIEW2016’에서 네이버의 그간 연구개발 성과는 아미카, 파파고, 로봇 M1, 자율주행 기술로 공개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10월 청사진을 제시한 ‘아미카 생태계’의 등장이 1~2년 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머신러닝을 비롯해 M1 등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인지’ 관련 기술에 집중하는 것도 ‘로봇’이나 ‘자동차’ 등 미래에 유망하게 될 다양한 플랫폼 형태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음성, 번역, 인공지능에 특화된 회사인만큼 하드웨어 쪽 기술력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유관 기업들을 찾아 협업을 도모한다는 방향성을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네이버는 최근 기술 기업 육성과 협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음향 기술 스타트업 드비알레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데 이어 19일 미래에셋과 1000억 원 규모의 ‘미래에셋-네이버 신성장투자조합 제1호’를 결성하며 AI, 사물인터넷, AR‧VR, 스마트홈 등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발굴 계획을 공개했다. 최근 22일에는 머신러닝과 하드웨어 분야 스타트업 엘리스, 넥스프레스, 버즈뮤직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는 내년 1월 1일 기술플랫폼위원회를 신설, 비즈니스위원회와 한성숙 대표 내정자가 총괄하던 서비스위원회와 더불어 세 축으로 조직을 개편해 운영하게 된다. 네이버랩스가 1월 2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함에 따라 기술플랫폼위원회는 네이버랩스에서 개발된 기술들을 실제 서비스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 검토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술플랫폼 회사를 지향하면서 축적해온 기술들을 네이버 서비스에 적극 적용하기 위해서 만드는 조직”이라며 “기술 관련 전략과 주요 아젠다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될 예정”이라고 신설되는 기술사령부를 설명했다.
◇콘텐츠에 집중하는 카카오…새로운 광고 모델 탑재 = 카카오는 올해 2분기와 3분기 콘텐츠 분야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줬다. 3월 ‘멜론’ 운영사 로엔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서 올 2분기 콘텐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5% 늘어났으며 3분기 콘텐츠 매출은 187% 증가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로엔 인수뿐만 아니라 카카오 게임과 웹툰 및 웹 소설 모바일 유통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 콘텐츠 이용자의 꾸준한 증가세가 있었다. 지난해 7월 카카오가 인수한 포도트리는 카카오페이지를 출시 3년째인 올해 연간 거래액 1000억 원을 눈 앞에 둔 유료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 최근 포도트리는 글로벌 투자회사로부터 12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콘텐츠 발굴과 북미와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지난 달 광고주 대상의 행사 ‘비즈니스컨퍼런스2016’에서 “콘텐츠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비즈니스라 중요하다”면서 “콘텐츠는 해외 사업의 선봉장이 될 것이며 카카오는 이러한 콘텐츠 유통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콘텐츠와 연계한 새로운 광고 모델 또한 카카오의 새로운 동력이 될 예정이다. 내년 카카오는 샵검색을 기반으로 한 검색 광고, 채널탭을 통한 네이티브 광고, 뉴플러스친구, 캐시프렌즈 등 다양한 광고 상품을 채택해 사업을 확장해나간다.
내년에 출시되는 카카오페이지 신규 광고 모델 ‘캐시프렌즈’는 구독 중인 콘텐츠 회차와 회차 사이에 노출되는 리워드 광고다. 광고를 보는 이용자들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시를 받게 된다.
이진수 콘텐츠 사업부문 부사장은 “거래액과 MAU 증가라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목표를 빨리 달성하기 위해선 캐시프렌즈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가 필요하다”며 “킬러콘테츠를 자신있게 보여주는 광고 영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O2O 비즈니스는 방향을 선회했다. 수익 모델 문제와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에 밀려 내년 초 출시를 준비중이던 ‘카카오 클린홈’은 출시가 취소됐다. 이미 사업을 시작한 택시, 대리운전 등의 이동 영역의 O2O 사업은 유지하되, 그 외 영역의 O2O 사업은 기존 사업자에게 카카오가 가진 인프라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