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발생한 한미약품 사태는 자본시장에 큰 충격과 함께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와 관련한 현 제도의 문제점은 대책 마련이라는 과제를 안겼다.
한미약품 사태는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85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라는 악재 정보를 공시전에 미리 안 세력들이 공매도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이다.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 13일 한미약품 내부자 거래 사건의 수사를 통해 총 33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45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 임직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관련자 2명은 불구속기소, 11명은 약식기소했다. 나머지는 2차 정보수령자로서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판단해 금융위원회에 통보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수사 결과에 크게 실망했다. 우선 기대와 달리 소문이 무성했던 내부자와 결탁한 공매도 세력의 실체를 잡아내지 못했다. 당초 공매도 세력 규명을 수사의 핵심으로 꼽았던 검찰이 이를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또 한미약품이 고의로 늑장공시한 혐의도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뒷맛을 남긴 채 공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으로 넘어갔다. 자조단은 당초 장기전을 예고하며 2차 이상 정보 수령자를 모두 잡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 역시 과태료라는 솜방망이 처분이 예고된 상황이다.
결국 한미약품 사태는 ‘공매도 제도’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거창하게 시작한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자 제도 자체의 존속을 놓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고 주식이나 채권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주식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활용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개인투자자에게 규제가 엄격해 차별 논란도 제기된 상황이다.
한미약품 사태 관련자들은 대부분 주식 하락을 예측하고 공매도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했다. 계약해지 공시 당일 한미약품 주식 공매도 수량은 5만769주로 같은 달 하루 평균 공매도(1만2996주) 규모의 4배에 달했다. 피해를 입은 개미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관련 기사에는 폐지 또는 규제를 강하게 주장한 댓글에 추천이 몰렸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지난 5일 코스닥 시장에 공매도를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제도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급격한 규제로 국제시장에서 투자자금 이탈를 우려하는 정부 입장은 일견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악용에 대한 대책과 피해자 구제에 정부가 사태를 관망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금융당국은 상황이 생길 때만 모면할 생각보다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 제도적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