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기업금융부 기자
정권이 국민연금을 통해 어떻게 재벌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목도하고 있다. 권력자가 바뀌면 이 같은 일이 없을 것이란 장담은 할 수 없다. 더욱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자금은 향후 1000조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막대한 돈을 입맛대로 움직이고 싶은 욕망은 그 어느 정권에도 투영되기 마련이다.
어떤 정부는 국민연금 적립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짓자고 할 수 있고, 다른 권력자는 이 돈을 인프라 투자에 쓰자고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는 독립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정책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자금의 운용이 정권의 성향에 좌우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중심으로 고도의 독립성이 갖춰져야만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정부를 의사 결정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이 제기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은 투기적 성향을 강화할 것’이란 주장은 일면적이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확대, 비윤리 기업 투자 제한과 같은 공공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국민연금이 정부 산하 기관으로서 청와대, 복지부 장관의 눈치를 줄줄이 봐야 하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할까. 턱도 없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예산과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기금운용본부는 시민보다는 윗선 관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보다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정부 조직에서 떼어 낸 뒤 이들이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시민의 감시 아래 놓아야 한다. 공공의 감시는 정부의 관리를 앞서는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