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제외한 지자체 U-시티 사업들 지난 7~8년간 플랫폼 재탕 발전 없어… 중앙정부 차원의 ‘마스터플랜’ 시급
‘거리에서 일정 데시벨 이상의 비명 소리나 고음이 들리면 자동으로 경찰이 출동하고, 행인이 없을 때는 가로등이 스스로 밝기를 조절한다.’ ‘스마트시티’는 이렇듯 거버넌스, 에너지, 빌딩, 인프라, 의료, 이동성 등의 도시 핵심 부문이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과의 접목을 통해 ‘스마트’하게 된 도시를 의미한다.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 돼 도시 내 데이터를 공유하고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한다.
지난달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시티는 앞으로 10 ~ 20년간 가장 성장이 빠른 분야가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Sullivan)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경 스마트시티 시장은 약 17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도시가 국가의 축소판인 것과 마찬가지로 스마트시티 경쟁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경쟁력과 동의어가 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세계에서도 선도적으로 스마트시티 사업을 개진해왔다. 2003년부터 초기형 스마트시티인 U-시티(Ubiquitous City)를 구축하고 지능형 교통시스템 등을 해외에 수출했을 뿐만 아니라 2008년 관련 법제로 ‘유비쿼터스 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스마트시티를 정부 핵심 어젠다로 설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은 오히려 글로벌 선두권에서 점차 멀어지는 추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는 “2011년 스마트시티 구축 계획을 선포한 서울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U-시티가 지난 7 ~ 8년간 큰 발전 없이 비슷한 구조와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분석했다.
반면 해외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지난 2008년 약 20개에서 현재 수백여 개에 이를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두 도시들은 환경 및 에너지와 연관시켜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2010년부터 계획을 구체화해 환경보호, 수자원 관리, 폐기물 관리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4년 말에야 스마트시티 구축을 시작했지만, 불과 1년 반 사이에 우수한 사례로 세계적 인정을 받게 됐다.
중국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 IT부문 산·학·연을 효율적으로 연계, 무서운 속도로 역량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320개 스마트시티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지자체 사업이었던 스마트시티를 국가적 프로젝트로 삼았다. 현재 500여 개 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해 2020년까지 168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대통령이 주재하는 2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정부는 ‘K-스마트시티’ 연구 개발에 내년부터 5년간 3300억 원의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중국의 168조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정부가 8월 대통령 주재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인공지능(AI), 가상·증강현실,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등을 아우르는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의 추진을 선언하고 스마트시티 사업을 재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정책은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는 이후 최순실발 정국 혼란으로 세부작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총괄 리더십이 없으니 개별 기술은 융합되고 종합되지 못한다. 새누리당 송희경 의원은 “미래부가 있지만 ICT융합 컨트롤러로의 권한과 동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홍현숙 한국인터넷진흥원 IoT혁신센터장은 “스마트시티 기반 기술인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분야의 기술을 종합적으로 발전시키기보다는 개별 단위사업 중심의 기획이 많은데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업 추진 체계의 문제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보고서는 “현재 국토교통부가 스마트시티 사업을 홀로 주관하고 유관 부처는 시범사업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지원하며, 지자체들은 중앙부처의 지원을 개별적으로 따내면서 타 지자체와의 연계 없이 개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문제점을 짚었다.
홍 센터장은 ‘마스터플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앞으로는 과거 U-시티 사업처럼 신도시 건설 중심의 사업이 아니라, 지자체의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하에서 기획되고 실행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지금처럼 단기적이고 단발성을 띤 사업 추진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