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빅5 증권사들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새판짜기를 마치고 본격 경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IB 육성안을 발표한 후 증권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글로벌 IB로 거듭나기 위한 몸집 불리기에 주력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구랍 29일 초대형 IB 육성방안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증권사는 고객예탁금을 통합해 기업금융자산 등에 운용하고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가 가능해진다. 4조 원 이상의 경우 만기 1년 이내 어음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보증 등 단기금융 업무를 할 수 있다.
수익구조 다변화와 수익성 향상을 위해 IB 업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초대형 IB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지난해 인수합병(M&A)과 증자를 실시했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선두 증권사는 통합 미래에셋대우다. 2015년 12월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인수합병 딜이 본격화한 이후 1년여 만인 작년 말 자기자본 6조6000억 원의 국내 최대 증권사로 공식 출범했다. 2위는 자기자본 4조6000억 원의 NH투자증권으로 M&A와 유상증자를 통해 몸집을 키웠다. 이어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통합해 올해 본격 출범한 통합 KB증권(4조1000억 원)과 삼성증권(4조1000억 원), 한국투자증권(4조 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번 규제완화는 중개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의 빈약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관건은 앞다퉈 몸집을 키운 증권사들이 얼마나 차별화된 신사업을 발굴하느냐다. 규제완화를 발판으로 증권사들이 쉽고 편한 주식중개 등 단순한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수익성 높은 자사만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기자본을 늘리기는 했지만 글로벌 IB와 경쟁하기에는 아직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낮아진 자기자본수익률(ROE)을 회복하고 수익성을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완화가 기대에 못 미친 점도 있지만 정부 정책이 확정된 만큼 개별 증권사의 신사업 추진 의지가 중요하다”며 “미국 금리인상과 국내외 정치 불확실성 등 금융시장에 미칠 변수가 산재해 있다. 차별화된 수익원을 창출해 시장을 선점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