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수천억 원의 육류담보대출 연체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4일 유통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이 2일 공시를 통해 밝힌 육류담보대출 연체금액 2800억여 원은 차환(만기 연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적어도 지난해 11월부터는 거액의 연체가 발생하고 있음을 인지한 것이다.
동양생명은 이를 금융감독원에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의 현장 조사가 이뤄진 뒤에 이를 공시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거액의 연체 사실을 알고 독자적으로 일을 해결하려 했다. 다른 금융기관에 앞서 중복 담보로 잡힌 육류에 대한 질권 설정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감지한 한 저축은행이 금감원에 신고, 이런 내막이 뒤늦게 공개된 것이다.
동양생명의 최대주주인 안방보험은 육류담보대출의 문제점을 알고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담당자를 한국 직원에서 중국 직원으로 바꾸고 영업을 재개했다.
동양생명은 육류담보대출 채권단에서 탈퇴할 것으로 보인다. 담보에 대한 질권을 행사하려고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육류담보대출은 동산담보대출 가운데 양도담보대출에 속해 등기 의무가 없다. 다시 말해 대출이 중복으로 발생할 경우 대출을 해 준 순서가 아닌 소유권 논쟁을 통해 담보의 주인이 결정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공동 대응하자고 제안해도 동양생명의 반응은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대규모 부실 사실을 알고, 이를 숨기고 자신들만 질권을 설정했다면 동양생명을 상대로 한 법적인 소송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채권사가 더 적극적으로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며 “채권단에서 법무법인을 정하면 이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동양생명은 냉동창고업체 2곳, 중개업체 1곳, 육류업자 11곳 등 총 14개 회사를 사기 대출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