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른 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덕(60) 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 4명을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9일 김 전 장관과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신동철(56)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직권 남용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혐의도 추가됐다.
블랙리스트 작성 내지 지시에 관여한 주요 관계자들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조윤선(50) 문체부 장관과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조만간 특검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나 최순실(61) 씨의 지시가 있었는지, 이 리스트 작성으로 인해 인사상·재정상 불이익을 준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 등을 파악 중이다.
김 전 장관은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블랙리스트관리에 개입한 혐의를, 김 전 수석은 이 블랙리스트 명단을 문체부에 내려보내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에 나서 위증한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둘은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8) 씨와의 인연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김 전 수석은 구속 기소된 차 씨의 외삼촌이고, 김 전 장관은 차 씨의 대학원 은사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이 단순히 명단을 작성한 것만으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고, 실행에 옮긴 단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특검 관계자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배제하려고 한 시도 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 말 맞추기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하고 엄정 책임을 묻겠다는게 특검 입장이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 나서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하면서도 "리스트를 직접 본 적도, 관여한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