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정부 방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관련 문제를 검토하고 협의하겠다.” “정부와 협조해서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지원을 철저히 하겠다.”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이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한 주 내용이다.
이날 이 사장은 전자증권제도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예탁결제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재임기간인 2019년 9월 내 시행을 목표로, 올해는 탄탄한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올해는 전자증권제도의 제대로 된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예탁결제원의 주요 사업계획이 모두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반 조성’ 하나로 모아지는 점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시행 기반 조성의 구체적인 첫 단계를 묻자 이 사장은 말을 아꼈다. 대신 올해 시행령과 하위 규정을 정비해야 하고, 과거와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 생겨날 예정이며, 그에 따른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날 또다른 관심사는 예탁결제원이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소유·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계획. 하지만 진일보한 사항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사장은 “예탁원의 소유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 모두 공감하고 있을 것으로 안다”는 말에 그쳤다.
물론 전자증권제도나 지배구조 개편 등 예탁결제원의 주요 과제에 여러 관련 기관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기 어려운 이 사장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이 사장의 말처럼 하나하나 검토가 필요하고 협의를 거쳐 결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신중한 표현으로 일관한 이 사장의 발언은 뒷맛이 남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지나친 신중함’은 예탁결제원이란 기관의 특성일 수 있다. 어느 부서 실무자는 예탁결제원의 지난해 업무 실적에 대한 궁금증에 “공공기관이다 보니 자료를 배포하는 곳이지 해설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답했다. 자신의 말이 기사화 될 경우 발생할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이처럼 몸을 사리는 예탁결제원의 직원 평균 연봉은 2015년 기준 1억486만 원으로 340여개 공공기관 중 가장 높다. 예탁결제원 구성원에게 이에 걸맞는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 과도한 기대는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