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역사 첫 면세점 매각 추진…호텔신라에 빌린 715억 못갚아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6월 호텔신라의 매도청구권(풋옵션) 행사로 같은 해 12월 19일까지 줘야 할 715억 원을 갚지 못했다. 이에 위약금 10%를 더해 788억 원을 오는 23일까지 지급해야 한다. 만일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로 제공했던 동화면세점 주식 30.2%를 추가로 내놓아야 한다.
이 경우 호텔신라가 총 50.1%의 지분을 갖게 된다. 사실상 경영권이 넘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호텔신라 측이 “투자금 회수가 우선”이라며 인수에 난감해해 제3의 인수자가 나서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면세 특허를 반납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화면세점의 위기는 자금난이 1차적 원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내면세점 특허의 남발로 과당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금력에서 대기업 면세점에 못 미치는 중소·중견 면세점에 불똥이 튄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6곳이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2016년 9곳으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4곳이 더 늘어나 총 13곳이 영업을 하게 된다. 불과 2년 만에 시내면세점이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거기다 현재 면세점 업계 매출의 70% 이상이 유커(중국인 관광객)에서 나와 유커를 얼마나 모객할 수 있느냐에 수익이 직결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송객수수료가 이전에는 매출의 10% 수준이었으나 면세점 업체가 늘면서 30%대로 급증한 것으로 분석한다. 당장 수익 악화가 예상되지만 모기업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상황을 버틸 수 있는 대기업 면세점에 유리한 판세가 된 것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무분별하게 대기업 중심으로 면세점 사업자를 남발하면서 종국에는 중소·중견 사업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라며 “여기에 덤핑 마케팅 형태로 여행사에 과다한 수수료를 주는 과당경쟁에 자본이 적은 중소·중견 사업자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서울올림픽 당시에도 정부가 시내면세점을 29곳으로 늘렸으나 불과 몇 년 만에 과잉공급으로 시내면세점은 3분의 1가량만 살아남았다”며 “면세 특허제도 개선이 시급하나 현 정국에서 언제 이뤄질지도 미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