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교체·국가통합 순수한 뜻 접겠다… 제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0년 간의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12일 귀국,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지 꼭 20일 만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세계를 돌며 성공하고 실패한 나라와 그들의 지도자를 보면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데 미력이나 몸을 던지겠다는 일념으로 정치 투신을 심각히 고려해왔다”며 “갈갈이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협치와 분권의 정치문화를 이루어내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렸다. 이것이 몸과 마음을 바친 지난 3주간의 짧은 시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제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고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며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저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을 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심경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너그러이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현재 우리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유아독존식의 태도도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0년에 걸친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반 전 총장의 이날 대선 불출마 선언은 급작스럽게 이뤄져 그 배경에 뒷말을 낳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오후 정의당 대표를 차례로 예방키로 했던 일정을 계획대로 소화했다. 기자회견은 40분 전에야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이 자리를 마련해줬으나 회견 내용은 미리 알려지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