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정 농단’이라는 말을 듣지 않는 날이 없다. 포털사이트에는 ‘농단’이라는 말의 의미를 묻는 질문도 많이 올라와 있고 질문에 대한 답 역시 많이 올라와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하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농단은 ‘壟斷’이라고 쓴다. ‘언덕 농(롱), 깎아지를 단’이라고 훈독하며, 직역하자면 ‘깎아지른 높은 언덕’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하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일까?
‘맹자’ 공손추 하편에 나오는 얘기이다. 맹자는 제나라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펼 수 없음을 느끼고 떠나려 한다. 이에, 제나라 왕이 맹자를 붙잡고서 “앞으로도 계속 선생님을 뵈올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이에, 맹자는 “감히 제가 청할 바는 아니오나 저 또한 진실로 원하는 바입니다”라는 대답을 한다. “不敢請(불감청)이언정 固所願(고소원)”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떠나는 맹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 제나라 왕은 신하를 시켜 1만 종(鍾)의 녹봉을 제안한다. 그러자 맹자는 “내가 돈을 벌려고 맘을 먹었다면 전에 10만 종을 제안했을 때 받아들였지 지금 1만 종을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한다. 아울러, 당시의 인물인 자숙의(子叔疑)라는 사람이 관직을 그만둔다면서 자신의 자제들을 다 요직에 앉힌 것을 거론하며 그것을 ‘농단’ 행위로 규정하고 농단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옛날 시장은 물물교환을 하는 장소였다. 그런데 어느 비열한 녀석이 사방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언덕[농단·壟斷]에 올라가 장세(場勢)를 한눈에 바라봄으로써 다수가 원하는 물건을 독점하는 방법을 써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였다. 분개한 사람들은 그 부당한 이익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게 했으니 여기서 세금제도가 생겼다. 이로부터 ‘농단’이라는 말은 비열한 방법으로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한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최순실에게도 정확하게 부합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