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새로운 지배구조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올 들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온 최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3일 GS그룹 오너 일가인 고(故) 허완구 ㈜승산 회장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분 관계가 전혀 없으면서도 SK 브랜드를 사용하는 느슨한 연대 형태의 지배구조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SK그룹은 2015년 지주회사인 SK㈜와 최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SK C&C를 합병해 지배구조를 안정화했다. 합병회사 SK㈜는 현재 최 회장이 최대주주이며 SK㈜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다만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SK케미칼과 SK가스는 SK㈜ 지주사 체제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이들 기업 역시 SK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그룹은 최 회장의 이번 발언이 당장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도는 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SK㈜ 지주사와 SK케미칼의 관계처럼 각 관계사가 SK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높여 나가자는 의지를 전했다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지배구조 변신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올해 초 파격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하게 단행된 인사를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재벌 개혁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행보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SK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 석유화학 회사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에 대해서도 “조금 복잡한 내용이라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하이세코의 현재 주주는 영국 BP(50%), 중국 석유회사 시노펙(30%), 상하이석화공사(20%)인데 이 중 BP가 보유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상하이세코 지분 50% 인수를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