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검토…대기업 지배구조 개혁 제동 우려
여야가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개정안 중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월 임시국회에서 이들 법안의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자사주 신주 배정 금지(일명 이재용법)는 여야 간 이견이 있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반기업 정서와 맞물려 야당이 상법개정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재계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단은 9일 회동을 갖고 상법개정안 중 일부 내용을 적극 검토해 처리키로 합의했다. 김선동 새누리당 수석부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상법에서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하고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며 “세부적 이견에 대해선 각 당의 입장을 확인한 뒤 법사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여야 간 이견이 거의 없던 사안이다. 모기업 주식의 일정 비율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적용 대상을 두고 여야 간 입장차를 완전히 좁히지는 못한 상태다.
또 기업 분할이나 분할합병 시 기업이 원래 보유한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이른바 ‘이재용법’에 대해선 야3당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새누리당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1년 유예로 가닥을 잡았다.
야당은 상법개정안이 재벌개혁을 위한 핵심 쟁점인 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여당이 기업의 투자 활동 위축과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노출될 것이란 이유로 반대 의사를 고수하고 있지만, 최순실 게이트 여파에 따른 경제민주화 움직임에 대선주자들마저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라 상법개정안 처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 가장 논쟁이 적었던 전자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마저 투표 결과 외국, 모회사-자회사 간 평등권 침해 등의 우려가 크다. 상법개정안으로 국내 일부 대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및 지배구조 개혁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는 점도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