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흡연 동시에 권하는 ‘엇박자 정책’ 지적…“간접흡연 피해 예방…신규 지정 신중할 것”
서울시 자치구들이 흡연자들의 지속적인 민원제기에 떠밀려 흡연구역 지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자치구별 흡연구역은 2013년 서울역 광장이 처음 지정된 이후 순차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송파구 9개소, 서초구 8개소, 서대문구 6개소, 중구 5개소, 강남구 3개소, 종로·용산·성동·광진구 각 2개소, 마포·구로구 각 1개소 등 대형건물이 밀집한 자치구를 중심으로 흡연구역들이 지정돼 있다.
자치구들은 흡연자들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 때문에 흡연구역을 늘려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구 보건소 관계자는 “흡연자들로부터 ‘금연구역이 이렇게 많으면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담배를 피우냐’는 민원이 쇄도해서 골머리를 앓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흡연장소를 못 찾은 일부 흡연자가 인도만 금연구역이라는 점을 이용해 차도에 나가 담배를 피우는 사례까지 발견될 정도”라며 “같은 시민인 흡연자들의 불편을 나 몰라라 할 수만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 사무용 빌딩이 많은 중구의 경우 흡연자들의 흡연권 보장을 위해 각 건물마다 자체적인 실내 흡연실을 확보할 것을 요구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현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금연정책의 실무를 담당하는 자치구 차원에서 흡연구역을 늘리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흡연구역 증가에 대해 일각에서는 금연과 흡연을 함께 권하는 ‘엇박자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와 자치구들 역시 이 같은 지적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흡연자와 비흡연자들로부터 접수되는 민원을 모두 처리해 주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건강정책팀 관계자는 “흡연구역을 지정하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고 오해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사실 우리나라도 가입된 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에 의하면 흡연실 설치를 통한 흡연 정책이 효과가 거의 없다고 나타나 있다”고 지적했다. 흡연실을 설치해도 밖에서 흡연하는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폐쇄형 부스에서 담배 연기가 새어 나오기 때문에 비흡연자들의 민원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자치구 입장에서는 흡연자 민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난처한 입장”이라고 곤란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흡연구역을 정확히 몇 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은 없지만, 시민의견을 수렴해 간접흡연 피해자를 예방하는 선에서 조금씩 늘릴 것”이라며 “현재로선 흡연구역 신규 지정은 되도록 신중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