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엘리 정치경제부 기자
공개된 문서에 의하면 2007년 6월 이뤄진 한미 간 추가 협상에서 미국은 미국 내 한국 투자자에게 미국법 이상의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불평등 조항을 서문에 삽입할 것을 요구했고, 한국 정부는 세 차례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거부당하고 협정문이 타결됐다.
산업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한미 FTA 투자 챕터에 따라 한미 양국 공히 상대국 투자자에 대해 최소한 자국민 투자자와 동등하게 보호받고 있다면서 서문은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양국에 적용되는 동등한 조항이라면 굳이 세 차례나 ‘미합중국에 있어서와 같이’라는 문구 앞에 ‘대한민국’을 넣으려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FTA가 없더라도 상대국 투자자에 대해 국내법에 따라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으므로 FTA의 기본 취지와도 맞지 않는 조항이 들어간 셈이다.
산업부는 서문을 ‘부가적인 조항’으로 봤지만, 송기호 변호사는 헌법 전문과 같다고 했다. 분쟁이 생겼을 때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변은 정부가 당시 미국의 제안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내부 검토 문건을 공개하라고 청구한 상태다.
다음 달이면 한미 FTA 발효 5주년을 맞는다. 한미 FTA를 둘러싸고 지금까지 수많은 국내적 논쟁과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긍정적·부정적 효과에 대해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따라 한미 FTA 평가가 달라질 순 없는 것이다.
긍정적인 개선 효과가 있다면 얼마나 고르게 그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인지, 소비자 후생이 얼마나 나아진 것인지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이롭게 작용하는 ‘국익’이 무엇인지 정부의 고민이 좀 더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