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재판 결과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상실… 지주전환 속도내기 어려울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구속 수감되면서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세우려는 삼성의 그룹 차원 작업도 ‘올스톱’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은 보험사인 까닭에 금융지주사 전환 시 강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된다. 현재 삼성생명의 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이 경영권 승계 작업 중이어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재용 부회장으로 바뀌게 된다.
이날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 혐의 입증 가능성이 커져 이 부회장이 실형을 받게 되면 대주주 결격 사유가 발생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2016년 2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獨對)할 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문제를 청탁했다”며 새로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들을 제시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은 금융감독원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2년마다 실시한다.
현행법상 보험ㆍ카드ㆍ금융투자회사 대주주가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금융관련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시정명령 혹은 지분 10% 초과분에 대해 최대 5년간 의결권이 제한된다.
특히 보험사 대주주의 경우에는 이 기준이 더욱 강화돼 일반 형사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공여ㆍ횡령ㆍ위증죄 혐의 중 하나라도 인정되면,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 부회장이 넘겨받을 삼성생명 상속 지분은 효력을 잃게 된다.
삼성생명의 지분은 이건희 회장이 20.76%, 삼성물산 19.34%, 삼성문화재단 4.6%, 삼성생명공익재단 2.18%, 이재용 부회장이 0.0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상당 부분 진행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대 축으로 제조업과 금융 계열사를 분리하는 지주사 설립이 필연적이다.
삼성생명은 이미 삼성카드(지분 71.86% 보유)ㆍ삼성자산운용(98.73%)ㆍ삼성증권(30.1%) 등 금융 3사에 대해 지주사로서의 조건을 완료했고 삼성화재(14.98%)만 남았다.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상장 금융 자회사의 주식은 30% 이상, 비상장사 주식은 50% 이상 소유하며 해당 자회사의 최대주주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