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검사 아직 끝나지 않아…시신 받으려면 유가족 직접 와야”
말레이시아 경찰이 19일(현지시간)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경찰청 부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에서 신원이 확인된 용의자 중 5명의 국적이 북한이며 이중 4명은 김정남이 피살된 지난 13일 출국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북한 국적 용의자들은 외교관 여권이 아닌 정기여권을 소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국한 용의자들이 어디로 향했는지에 대해서는 ‘민감한 문제’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경찰이 공개한 북한 국적 용의자는 모두 남성으로 지난 17일 검거된 리정철(46) 이외 리지현(52)과 홍송학(33) 오종길(55) 리재남(57) 등이다.
김정남은 지난 13일 오전 9시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마카오 비행기를 타기 전 독살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 5명의 국적을 확인해 북한의 소행임을 간접적으로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말레이시아 경찰은 각각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국적의 두 명의 여성과 그들 중 한 명의 남자친구인 말레이시아인, 북한 국적의 리정철 등 총 4명을 체포한 상태다.
말레이시아 일간지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김정남 살해 용의자 중 한 명인 리정철은 화학 분야의 전문가로 독극물에 대해 조예가 깊은 인물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리정철은 북한 대학을 2000년에 졸업하고 2010~2011년에는 인도 의약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나서 평양으로 돌아간 뒤 수년 후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에 이주했다.
김정남의 사인과 관련해서 이브라힘은 “아직 부검보고서를 받지 못했다”며 “현재 사인과 관련해 독성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시신이 김정남이라고 확인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권에 나온 이름은 김철이었으며 우리는 이 남성이 김철이라는 점만 확인할 수 있다”며 “위조여권 여부, 입국이유 등도 여전히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가족들의 시신 인도 요구에 대해서는 “우선권은 유가족에게 있다”며 “그러나 시신을 받으려면 가족이 직접 와야한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베이징에 김정남의 첫 번째 아내와 자녀가 거주하고 있으며 마카오 경찰 당국은 두 번째 아내와 그 사이에 낳은 자녀 2명을 보호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