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직함은 유지해…공동 CEO인 사이카와, 사장 겸 CEO로 승진
일본 닛산자동차가 16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다.
닛산은 23일(현지시간) 카를로스 곤 사장 겸 CEO가 오는 4월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를 보좌해온 공동 CEO 사이카와 히로토를 사장 겸 CEO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발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곤은 대표권이 있는 회장으로서 닛산 파트너인 르노, 미쓰비시자동차를 전반적으로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곤은 르노 CEO이자 지난해 인수한 미쓰비시차의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해 블룸버그는 곤 회장이 지난해 닛산이 인수한 미쓰비시차 재건에 주력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곤은 지난해 10월 닛산이 연비조작 스캔들로 위기에 빠진 미쓰비시차 지분 34%를 인수해 사실상 자회사로 만든 후 당시 최고경쟁력책임자(CCO)였던 사이카와를 공동 CEO로 승진시켰다. 이번 인사로 사이카와의 직함에서 ‘공동’을 떼게 함으로써 닛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새로운 목표인 미쓰비시차 재건에 힘을 쏟겠다는 메시지를 더욱 분명히 한 것이다.
곤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미쓰비시차에서 새로운 책임을 맡았으며 다가오는 닛산 주주총회를 고려했다”며 “지금이야말로 사이카와가 나의 뒤를 이어 닛산의 CEO로서 성공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8년간 내가 키워온 닛산 경영진은 그만큼 능력과 경험이 있다”고 자신했다.
곤은 지난 1999년 경영 위기에 빠진 닛산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취임해 회사를 성공적으로 재건시키며 일본 기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는 2001년 닛산 사장 겸 CEO로 승진했으며 2005년에는 르노의 CEO도 겸임하는 등 승승장구 행보를 이어갔다.
한편 곤의 뒤를 이어 본격적으로 닛산을 이끌게 될 사이카와는 지난 1977년 닛산에 입사해 1999년부터 임원을 역임했다. 미국과 유럽의 닛산 사업을 총괄하고, 구매 담당 수석 부사장도 거쳤다. 2013년 4월~2016년 10월 CCO를 맡았다. 그는 또 2006~2016년 닛산 대주주인 르노의 이사도 맡는 등 곤의 최측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