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토종기업 사업가 8인의 어제와 오늘
부(富)를 만드는 사람보다 부를 나눠 갖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시대를 살게 되었지만, 누군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부를 만들어내는 일에 뛰어들어야 사회가 지탱된다. 저자들의 경고는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전히 모든 산업의 근간은 제조업이라 할 수 있다. 금융 및 서비스업 등 무형자산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것은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책은 △‘국제시장에서 해운대까지’ △‘오늘 여기, 부산의 기업들’,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분량이나 중요도는 역시 기업가들의 이야기이다. ‘국제시장에서 해운대까지’에는 부산의 성장과 더불어 기업가들의 삶과 사업 이야기가 이어진다. ‘오늘 여기, 부산의 기업들’은 대한제강, 넥센타이어, 강림CSP, 은산해운항공, 성창기업, 동신유압 등 부산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채 격동의 세월을 거쳐온 기업 창업주 혹은 후세들의 사업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선보인 ‘대한상사’에 뿌리를 둔 대한제강의 오완수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 사람들은 독특한 생각, 창조적인 발상 같은 것을 강조하면서, 좀 더 튀는 사람에게 주목하더군요. 하지만 삶이나 사회도 그렇게 후딱후딱 바뀌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것보다는 성실과 끈기를 높이 삽니다.” 넥센타이어로 고속 성장을 이룬 넥센그룹의 강병중 회장은 자신의 오늘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습관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50여 년간 사업을 해오는 동안 큰 실패를 하지 않았던 첫 번째 이유를 꼽으라면 아마도 메모하는 습관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의 인생관은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 찬 우리 사회에 교훈을 준다. “나는 태생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성격이 아주 낙관적인 편입니다. 아무튼 내가 하면 다 잘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편입니다. 지금은 나이를 좀 먹긴 했지만 막 사업을 시작했던 스물일곱 살, 파릇파릇했던 그때랑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넥센타이어인 우성타이어를 인수할 때도 분명히 머지않아 세계적인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지요.”
은산해운항공의 양재생 회장은 초년에 고생을 많이 했던 사람이다. 소년가장으로서 세상을 헤쳐온 그는 지금도 삼시 세끼 밥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면 행복이고 그 이상은 모두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어렵고 힘들긴 했지만 그 덕분에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도 얻게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별로 부정적인 생각을 해본 기억이 없어요.”
힘차게 살아온 사람들의 인생과 사업 이야기에는 값으로 칠 수 없을 만큼 귀한 교훈과 도전 이야기가 들어 있다. 부산에 기반을 둔 사업가 8인의 이야기는 칙칙한 분위기에 휩싸인 이 시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