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초장기 집권의 길이 열렸다. 집권 자민당이 아베 총리가 앞으로 4년 반 가량을 더 집권할 수 있도록 한 당 규정 개정안을 확정한 것이다.
자민당은 5일 제84회 당대회에서 당 총재 임기를 ‘연속 2기·6년’에서 ‘3기·9년’으로 당 규칙 개정을 결정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개정안은 작년 10월 당·정치제도개혁실행본부 논의를 거쳐 11월 당 총무회에서 승인됐다.
2012년 9월 이래 2기 5년째 당 총재를 맞고 있는 아베 총리가 내년 9월 총재 선거에도 출마해 당선하면 2021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2006~2007년 1차 집권 당시까지 포함하면 재임일은 3000일을 넘겨 최장수 재임 총리로 기록된다. 현재까지 최장수 재임 총리는 가쓰라 다로 전 총리로 그는 세 차례에 걸쳐 2866일간 총리직을 역임했다. 아베 총리가 연임하게 되면 2019년 11월이면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다.
일본 언론들은 당내에서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이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등은 지지기반이 취약해 이변이 없는 한 아베 총리의 초장기 집권은 보장된 바와 다름없다고 전했다.
5일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아베 총리는 “긴장감을 한시도 늦추지 않고 겸손하게 힘차게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년 이상의 정권 운영에서 거둔 경기와 세수 등 성과를 호소하면서 헌법 개정을 언급, “발의를 위해 자민당이 구체적인 논의를 주도할 것이다. 그것이 역사적 사명”이라고 역설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행 일본 평화헌법의 핵심인 ‘전쟁 금지’ 조항을 담은 9조를 개정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드는 것을 정치적 과제로 삼고 있다. 의회에 발의하려면 참의원과 중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참의원은 지난해 참의원 선거를 거쳐 자민, 공명, 일본유신회 등 개헌 세력으로 3분의 2 이상을 확보했다. 중의원에서도 자민당이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조기 개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지금까지 집권해온 아베 총리에 되레 보수층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경제를 최우선으로 현실적 노선을 중시하다보니 보수층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13년 말 이후 하지 않았고, 2015년 전후 70주년 담화에서는 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담았다. 또한 작년말에는 위령 차원에서 미국령 진주만을 방문했다. 이는 동맹국과의 관계를 배려한 것이지만 일본 보수 성향 지지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보수 성향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해 전날 초당파 보수 성향 의원 연맹 모임에 예정보다 오래 머물면서 사진 촬영에도 정중하게 임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해상충 문제에도 직면해있다. 일본 정부가 아베 총리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 교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모리모토학원에 국유지를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일본 정부는 쓰레기 매립지라 싸게 팔았다고 해명하고, 아키에 여사는 명예 교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야당은 총리와 학교와의 관계를 의회에서 연일 추궁하고 있으며, 총리는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이 ‘일본회의’라는 보수단체 회원이라며, 이번 문제가 장기화하면 정권 지지율에도 영향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